순간 멈칫…도로변 숲에서 홀로 나타나 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 야생동물’
2025-06-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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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에만 서식하는 한반도 최상위 육식동물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아침 햇살 아래 평창 농경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반도 최상위 육식동물로 분류되는 노란목도리담비가 카메라에 포착되며, 이례적인 출몰이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노론리 인근 농경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노란목도리담비(Martes flavigula)가 나타났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담비는 도로변 숲에서 홀로 나타나 돼지감자밭 주변을 배회하다 이내 울창한 계곡 숲으로 사라졌다. 해당 지역에서는 담비의 목격담이 간간이 전해져 왔으며, 백두대간 자락의 숲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노란목도리담비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국내에 서식하는 담비류 가운데 유일한 종이다. '대륙목도리담비'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식육목 족제빗과에 속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개체 수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해 보호 대상이 됐다. 보통 주행성이지만,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는 야간 활동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목도리담비는 현재 호랑이와 표범이 자취를 감춘 한반도 생태계에서 사실상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맡고 있다. 2~7마리의 무리를 이루어 멧돼지 새끼, 고라니, 들고양이, 산토끼, 청설모, 들쥐 등 다양한 동물을 사냥하며, 사냥 시에는 나무 위와 땅 위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적 협공을 펼치기도 한다. 주 서식지는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광릉 등 삼림이 울창한 지역으로, 해발 3,000m 이하의 숲과 계곡 주변에서 주로 목격된다.
외형은 길고 가는 체형에 선명한 털 색 대비가 특징이다. 몸통은 노란색, 얼굴과 다리, 꼬리는 검은색이며, 귀 뒤에는 짙은 줄무늬가 있다. 국내 개체는 몸 윗면이 베이지색, 아랫면은 흰색, 목은 담황색을 띠며 네 다리와 꼬리는 흑갈색이다. 평균적인 신체 크기는 몸 길이 33~65cm, 꼬리 길이 25~48cm, 뒷발 길이 7~13cm, 귀 길이 2.4~5.3cm, 체중은 0.8~3kg이다. 주둥이는 뾰족하고 귀는 둥글며,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발달해 있다.

잡식성으로 알려진 이 담비는 다람쥐, 도마뱀, 새, 뱀, 곤충은 물론, 다래·머루·고욤 같은 열매와 과즙, 꿀도 즐겨 먹는다. 실제로 산속 벌통을 습격해 꿀을 훔쳐 먹는 장면이 촬영된 사례도 있다. 번식기는 봄이며, 임신 기간은 220~290일, 한 배에 최대 5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 약 14년이며,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한국 내 개체는 특히 보호가 필요하다.
전국에서 담비 출몰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에서 카메라에 담비가 촬영된 데 이어, 2018년 전남 담양에서는 길고양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2020년에는 경북 상주 속리산에서, 이후 전북 장수 장안산에서도 잇따라 출몰 기록이 있다. 산림과 인접한 민가 또는 농경지 인근으로의 활동 반경 확대는 야생동물과 인간 생활권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 건강의 신호이자, 동시에 야생동물 보호 정책과 인간 공존 전략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노란목도리담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유통·방해 행위가 금지된 종이다. 일반인이 목격하더라도 관찰 외의 개입은 자제해야 하며, 발견 시 지역 환경청 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즉시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