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만 먹는 건 줄 알았는데...천연 정력제로 통하는 뜻밖의 '과일'

2025-06-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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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천연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과일
남성 정력과 활력까지 챙기는 스태미나 식품

한때 ‘여성의 과일’로 불리며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던 석류. 그러나 최근 석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직 여성만의 건강식품으로 여겨졌던 이 과일이, 사실은 남성의 활력 증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겉으로는 반질반질한 붉은 껍질을 두른 평범한 과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체의 호르몬 균형을 돕고 성기능까지 개선하는 강력한 생리활성 성분이 담겨 있다.

석류나무, 그 가지 위의 잎과 꽃 / ThePremise-Shutterstock.com
석류나무, 그 가지 위의 잎과 꽃 / ThePremise-Shutterstock.com

석류는 석류나무에서 자라는 열매로, 크기는 지름 6~8cm 정도, 둥근 형태를 지니고 있다. 껍질은 단단하고 얇은 광택이 있으며, 과육은 껍질을 열면 노르스름한 속껍질 안에 투명한 붉은색 종자가 다닥다닥 박혀 있다. 이 종자들이 우리가 흔히 먹는 ‘석류알’이다. 보기에는 까기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꼭지 반대편을 살짝 힘줘 잡아당기면 톡 하고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생각만큼 번거롭지는 않다. 제대로 익은 석류는 짙은 핏빛을 띠고 있으며, 새콤달콤한 과즙이 풍부해 여름철엔 냉장 보관 후 시원하게 먹거나 화채, 샐러드에 곁들여 먹기에도 제격이다.

석류는 오래전부터 여성 건강을 위한 과일로 소개되어 왔다. 그 중심에는 ‘천연 에스트로겐’이 있다. 석류에는 인체의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는 특히 갱년기 여성의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안면홍조, 열감, 불면, 우울감 등 호르몬 변화로 인한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이 식물성 호르몬은 석류의 씨앗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에 고농도로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신맛이 강한 석류일수록 에스트로겐 함량도 높다.

남녀 모두에게 좋은 과일 석류 / 뉴스1
남녀 모두에게 좋은 과일 석류 / 뉴스1

뿐만 아니라, 석류에는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C, 폴리페놀, AHA(알파 하이드록시산) 성분도 다량 함유돼 있다. 이는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주름 생성을 억제하며, 칙칙한 피부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로 석류 추출물은 다수의 스킨케어 제품에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며,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목받는 것은 석류의 남성 건강에 대한 효능이다. 특히 석류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혈액순환 개선, 발기부전 완화, 전립선 건강 유지 등 남성의 생식기 건강과 관련된 영역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매일 100% 석류 원액을 섭취한 남성들 중 절반가량이 6개월 후 발기부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자가 보고했다. 이는 석류가 단순히 여성용 건강식품이 아니라, 성별을 초월한 기능성 과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울창한 풍경으로 둘러싸인 풀밭에서 생기 넘치는 초록 잎이 무성한 작게 석류 나무. / La Huertina De Toni-Shutterstock.com
울창한 풍경으로 둘러싸인 풀밭에서 생기 넘치는 초록 잎이 무성한 작게 석류 나무. / La Huertina De Toni-Shutterstock.com

또한 미국암학회가 발간하는 ‘임상암연구지’에는 석류 원액이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PSA 수치는 전립선암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되는데, 석류를 꾸준히 섭취한 실험군에서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거나 증가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류가 단순한 항산화 식품을 넘어 암 예방 및 치료 보조 식품으로서의 가능성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놀라운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석류는 남녀 모두의 성욕을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퀸 마거릿 대학 연구에 따르면, 2주간 석류를 섭취한 성인 남녀 58명 전원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평균 16~300% 증가한 것으로 측정되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과 뼈 건강, 성적 욕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석류가 남성성·여성성 모두를 균형 있게 증진시키는 과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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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를 보다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몇 가지 팁도 필요하다. 먼저, 석류의 씨앗과 껍질까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씨에는 천연 에스트로겐, 껍질에는 항산화물질 타닌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껍질은 깨끗이 세척한 후 따뜻한 물에 우려 차로 마시거나, 말려서 분말 형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보관 시에는 2~5℃의 냉장 온도를 유지하고, 되도록 20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맛이 강한 신석류(주로 고흥 등지에서 생산)와, 단맛이 강한 단석류(튀르키예 등지에서 수입)가 유통되고 있다. 신석류는 주로 착즙이나 농축액 형태로, 단석류는 생과로 먹기에 적합하다. 석류의 효능은 성분의 차이보다는 섭취 방식과 꾸준함에서 갈린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여성의 건강 과일로만 여겨졌던 석류가, 이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는 자연의 선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새빨간 과육 속에 담긴 이 작고 빛나는 씨앗들은 단지 맛있는 과일을 넘어, 현대인에게 필요한 영양과 생명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여자들만 먹는 줄 알았는데’라는 오해는 이제 그만, 석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석류 과육 / Garna Zarina-Shutterstock.com
석류 과육 / Garna Zarina-Shutterstock.com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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