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사망할 수 있는데…광주 도심 곳곳에 출몰하고 있는 '위험 동물' 정체

2025-06-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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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라도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

광주 충장로를 활보하는 너구리 모습 / 연합뉴스
광주 충장로를 활보하는 너구리 모습 /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너구리가 잇따라 발견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5시 20분쯤 광주 동구 충장로 한복판에 너구리 1마리가 CCTV에 포착됐다. 당시 너구리는 한참 동안 길을 돌아다니다가 인근 식당 앞에 놓인 쓰레기를 뒤적거린 뒤 사라졌다. 해당 너구리는 충장로 주변에 있는 광주천과 광주공원에서 주로 생활하다가 먹이활동을 위해 잠시 충장로를 배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에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10층 비상계단에서 너구리 1마리가 발견돼 소방 당국이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또 공원이 많은 광산구 장덕동 아파트 일대에서는 너구리 일가족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너구리는 도심 공원과 하천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벌레부터 물고기, 조류 등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구조 신고 대상으로 들어온 너구리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야생동물 특성상 많은 기생충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라도 절대 만져서는 안 되며 다치거나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너구리를 발견한다면 즉시 신고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광주에 있는 한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된 너구리 모습 / 연합뉴스
광주에 있는 한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된 너구리 모습 / 연합뉴스

너구리는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광견병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동물의 타액을 통해 주로 물림으로 전파된다. 한국에서는 너구리가 광견병의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야생 너구리와의 접촉은 이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접근하거나 비틀거리며 걷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광견병은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너구리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광견병 예방을 위해 야생동물 관리와 반려동물 백신 접종이 강조된다.

광견병은 감염되면 생명에 매우 위독한 질병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신경계를 공격하며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거의 100% 치사율을 보인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물린 부위 통증 등이 나타나고 진행되면 불안, 혼란, 공격성, 마비, 광수증(물 공포) 같은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사람이나 동물이 증상이 시작된 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다만 물린 직후 즉시 상처를 깨끗이 세척하고 광견병 백신 및 면역글로불린을 투여받으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너구리를 만났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절대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먹이를 주는 것은 너구리가 인간에게 익숙해지게 해 생태적 균형을 깨뜨리고 광견병 전파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너구리에게 함부로 접근하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 너구리는 광견병 외에도 진드기, 회충 같은 기생충을 옮길 수 있으며 겁먹거나 위협을 느낀 너구리는 물거나 할퀼 수 있다. 특히 새끼 근처의 어미 너구리는 공격적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는 너구리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너구리는 개나 고양이와 싸울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광견병이나 다른 질병이 전파될 위험이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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