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며 전국에 심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생태계' 위협하는 꽃이었다
2025-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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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으로 도입했다가 지금은 골칫거리 된 귀화식물
여름철 도로변과 하천가를 따라 펼쳐지는 노란 꽃바다.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이 화려함 뒤에 생태계를 위협하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큰금계국 얘기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 큰금계국이 전국 곳곳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생태계 위해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관상용으로 도입된 이 외래식물은 '노란 코스모스'로 불리며 도시 경관 조성에 널리 활용돼 왔다.
큰금계국은 높이 30~100cm 정도의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지름 4~6cm의 황색 꽃을 피운다. 뿌리가 단단하고 어디서든 잘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인해 관상용 식물로서는 매력적인 특성을 지녔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이 도시 미관 개선과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식재해 왔다.
하지만 큰금계국의 이런 특성은 생태계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극도로 강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주변 토종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서식지를 점령해 나간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될 경우 확산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큰금계국의 무분별한 확산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속초시는 2017년부터 해변 일대 5000여 평방미터에 큰금계국을 조성했지만 뒤늦게 외래종임을 인지하고 추가 식재를 중단한 상태다. 창원시는 2019년 광려천 주변 2km 구간에 큰금계국을 심었는데, 현재는 인근 아파트 단지와 숲 지역까지 확산한 상황이다.
포항시의 경우 2023년 포항운하 인근 1만5000평방미터에 큰금계국을 식재했는데, 불과 1년 만에 도시 곳곳으로 번져 개체수가 폭증했다. 주택가 골목길과 아파트 단지, 심지어 외곽 저수지까지 큰금계국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생태원은 2018년 외래 생물 정밀조사를 통해 큰금계국을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했다. 이는 생태계에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등급이다. 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법정 관리종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큰금계국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법적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당국은 국립생태원이나 환경부의 방침을 지켜본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큰금계국의 성공적인 침입에는 높은 종자 생산량, 강한 생존력, 근경을 통한 빠른 확산, 긴 개화 시기, 다양한 수분 매개체, 지표면에서의 높은 잎 피복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이미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해 적극적인 퇴치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생태계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외래식물을 도입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미관상의 효과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래종보다는 자생종 식재를 통해 전통 고유의 멋과 문화를 살리면서도 생태계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큰금계국의 확산을 막으려면 씨앗이 맺히기 전에 베거나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뿌리가 단단해 비탈면 산사태 예방 효과도 있어 무작정 제거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아름다운 노란 꽃 뒤에 숨겨진 생태계 위협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