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4번이나 한 축구 강대국인데…월드컵 탈락 위기 놓인 '뜻밖의' 나라

2025-06-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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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실종의 아주리, 그들의 마지막 기회

한때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이탈리아가 또다시 월드컵 본선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렸다. 월드컵에서만 네 차례(1934, 1938, 1982, 2006년) 우승을 차지했던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과 맞붙은 이탈리아. 자료사진. / 연합뉴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과 맞붙은 이탈리아. 자료사진. / 연합뉴스

사태의 핵심은 지난 7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예선 첫 경기에서 벌어졌다. 유럽 예선 I조에 속한 이탈리아는 노르웨이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했다. 혼란과 홀란드가 이끄는 노르웨이는 이날 경기에서 경기력, 체력, 전술 모두에서 이탈리아를 압도했고, 결과는 이탈리아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어진 몰도바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지만, 이 경기는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낳았다. 경기력 부진에 야유가 쏟아졌고, 결국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해임 통보를 받았다.

스팔레티 감독은 2022-23시즌 김민재와 함께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주가를 높인 지도자다. 2023년 8월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계약 기간은 원래 2026 월드컵까지였다. 하지만 유로 2024에서는 16강에서 스위스에 0-2로 완패하며 조기 탈락했고, 이어진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또다시 완패하면서 신뢰는 무너졌다. 결국 몰도바전이 그의 고별전이 됐다. 지난 10일 열린 스팔레티 감독 고별전에서 이탈리아는 몰도바를 2-0으로 꺾고 어렵게 첫 승을 올렸다.

지난 7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예선 첫 경기에서 노르웨이에 3-0으로 진 이탈리아. /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7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예선 첫 경기에서 노르웨이에 3-0으로 진 이탈리아. /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공식 인스타그램

문제는 이탈리아의 예선 상황이 단순한 경기력 부진을 넘어서 매우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선 I조에서 노르웨이는 이미 4전 전승, 승점 12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뒤늦게 예선을 시작한 이탈리아는 현재 2경기를 치러 1승 1패에 그쳐 승점 3점에 머물고 있다. 두 팀 간 승점 차는 9점이며, 경기 수를 감안해도 역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UEFA 예선 규정에 따라 조 1위 팀만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조 2위는 복잡한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거쳐야만 본선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이탈리아가 이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연속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스웨덴에 막혔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는 북마케도니아에 덜미를 잡혔다. 이번에도 조 1위를 놓치면, 다시 플레이오프의 불확실성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처지다.

스팔레티 감독의 퇴진 이후 후임 감독을 두고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스테파노 피올리, 제나로 가투소, 다니엘레 데 로시, 파비오 칸나바로 등 이름값 있는 지도자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모두 고사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현재 새 사령탑 선임을 위해 전·현직 레전드 출신들과 접촉 중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10일(한국 시각) 열린 스팔레티 감독 고별전에서 이탈리아는  몰도바를 2-0으로 꺾고 어렵게 첫 승을 올렸다. /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10일(한국 시각) 열린 스팔레티 감독 고별전에서 이탈리아는 몰도바를 2-0으로 꺾고 어렵게 첫 승을 올렸다. /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공식 인스타그램

이탈리아의 위기는 단순한 세대교체 실패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선수 자원 면에서는 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중원에는 바렐라, 토날리, 로카텔리 등 유럽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있고, 수비진에도 바스토니, 디 로렌초, 그리고 골키퍼 돈나룸마 같은 안정된 자원들이 포진해 있다. 최전방에서도 레테기, 킨 등의 잠재력 있는 공격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하지 못한 전술적 실패, 즉 지도력 부재가 반복된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도 스팔레티의 전술 운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스위스전과 노르웨이전 모두에서 비정상적인 라인업과 이해할 수 없는 포지션 선택이 결정적인 패착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해 유로 대회에서 한계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스팔레티를 유임한 축구협회의 판단 착오가 이번 사태 출발점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 축구 응원단.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탈리아 축구 응원단. 자료사진. / 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은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6경기에서 이탈리아는 노르웨이와의 직접 대결 포함, 모든 경기에서 실수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감독의 리더십, 전술 정비, 조직력 재구성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감독조차 정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그 모든 과제가 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이탈리아가 이번에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이는 4회 우승국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뿐 아니라, 월드컵 3회 연속 불참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반짝 유로 우승으로 잠시 되살아났던 아주리의 품격은, 다시 한 번 깊은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축구는 지금, 전례 없는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역대 FIFA 월드컵 '우승' 누적성적은 다음과 같다. 🏆

브라질 5회

⚽ 독일 4회

⚽ 이탈리아 4회

⚽ 아르헨티나 3회

⚽ 프랑스 2회

⚽ 우루과이 2회

⚽ 잉글랜드 1회

⚽ 스페인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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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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