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60억씩 돈 냈었는데…드디어 한국산 나온 '이 채소'
2025-06-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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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양파 품종, 일본 종자의 굴레를 깨다
농업 자립의 새 희망, 씨앗 하나로 만든 변화
한국인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채소가 있다. 볶음요리, 국물요리, 생채소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이 채소의 대부분은 그동안 일본산 종자로 기른 것이었다. 바로 양파다. 매년 막대한 로열티를 해외에 지급해온 상황이 이제 변화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15년간 공들여 개발한 국산 양파 신품종들이 농가 현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 전남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한국 농업 자립의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다.

매년 일본에 내던 60억 원 로열티, 이제 우리 주머니로...
국내에서 재배되는 양파의 60% 이상이 수입 종자에 의존하고 있다. 전남 지역만 해도 매년 60억 원을 양파 종자 구입비와 로열티로 해외에 지급해왔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식량 주권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전남농업기술원 김성준 농업연구사는 YTN과 인터뷰에서 "수입종을 대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분자 육종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에 육성하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켰다"라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국산 양파 품종 개발 프로젝트는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기존 15~20년 걸리던 육종 기간을 10년 안팎으로 대폭 단축했다. 그 결과 현재 9개의 우수한 국산 품종이 탄생했다.

한국산 양파, 일본산 뛰어넘는 품질
개발된 국산 양파 신품종들은 품질 면에서 기존 일본산을 능가한다. 금송이, 아리아리랑, 스리랑, 파링 등 주요 품종들은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나며 부패율이 현저히 낮다.
특히 줄기 추대와 분구 발생률이 낮아 재배 안정성이 우수하고, 기후변화에도 강한 내성을 보인다.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며, 상품 수량도 높아 농가 입장에서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현재 무안, 함평, 고흥 등 전남 주요 산지와 경남 일부 지역을 포함해 약 160헥타르 면적에 국산 신품종이 보급되고 있다. 농가 현장에서는 일본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판매되고 있다.
국산 종자 도입의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전남농업기술원 분석에 따르면 국산 양파 종자를 사용할 경우 헥타르당 약 200만 원 이상의 종자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전남 지역 전체로 보면 매년 60억 원 이상의 외화 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농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종자 로열티 부담이 줄어들면서 생산비가 낮아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양파 과잉 생산 문제 해결까지...목표는 2030년 자급률 45%
전남농업기술원은 양파 과잉 생산 문제 해결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가공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전남농업기술원 이선경 농업연구사는 "드레싱이나 젤리를 포함해서 총 7종 정도 개발했다. 산지 폐기되는 것에 대해서 저희가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양파 젤리, 드레싱, 캐러멜소스 등 7종의 가공제품은 기존 양파의 활용도를 높이고 농가 소득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1차 농산물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국산 종자 보급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전남농업기술원 김행란 원장은 "전남의 양파 산업 발전을 위해서 우수한 신품종을 육성하고 또 가공제품을 개발해서 글로벌 양파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국산 양파 종자 보급률을 현재 35%에서 4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농가 기술지원 강화, 재배단지 확대, 가공산업 활성화 등 전방위적 지원이 계속될 예정이다.
종자 주권 확보,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양파 사례는 한국 농업이 직면한 종자 의존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농산물의 약 70%가 외국 종자에 기반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해외로 유출된 종자 로열티만 약 1300억 원을 넘어섰다.
기후위기와 국제 분쟁,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상황에서 종자 주권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전남의 양파 신품종 개발 성공사례는 다른 작물로 확산되어 한국 농업 전체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일본에 60억 원씩 지급해온 양파 종자 로열티가 이제는 우리 농가의 소득으로 돌아오는 전환점에 서 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만들어낸 이 변화는 한국 농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