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개씩 알 낳는 최악의 생태교란종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됐다
2025-06-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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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충으로 꼽히기까지

건축물을 갉아먹는 파괴적인 외래 흰개미가 2년 연속 발견되면서 생태계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해충 중 하나로 분류되는 개미다.
14일 학계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지난달 한국환경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울에서 2023∼2024년 연속으로 외래 흰개미가 출현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24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물류창고에 적재된 종이상자에서 외래 흰개미 약 100마리를 발견했다. 흰개미가 먹이로 삼았던 종이상자는 소각됐다.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수입된 포장재였다.
발견된 흰개미 가운데 번식이 가능한 개체는 없었고, 주변으로 확산한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들 흰개미는 아시아집흰개미로 확인됐다. 학명은 '콥토테르메스 게스트로이(Coptotermes Gestroi)'다.
아시아집흰개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흰개미 중 하나로 악명이 높다. 이 종은 4년에 6만마리씩 늘어날 정도로 군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초기에는 수백 마리로 시작하지만 완전히 성숙한 군체는 수십만 마리에서 최대 100만 마리까지 증식할 수 있다.
아시아집흰개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목재를 갉아먹으며, 하루에 자신의 체중만큼 셀룰로오스를 섭취한다. 한 군체가 1년 동안 소비하는 목재량은 약 400kg에 달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들이 건물의 구조재 내부를 파고들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이 완전히 비워진 상태로 만든다는 점이다.
이 종은 목재뿐만 아니라 종이, 직물, 플라스틱, 심지어 얇은 금속 시트까지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다. 습도가 높은 환경을 선호하며, 물에 닿지 않는 건조한 목재도 자체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가며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른 흰개미 종들과 구별되는 아시아집흰개미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아시아집흰개미가 가져오는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미국에서는 이 종이 정착한 지역에서 연간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주택 한 채당 평균 7000만원의 수리비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목조 문화재나 역사적 건축물에 침입할 경우 복원 불가능한 문화유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이들의 은밀한 생활 방식도 큰 위협 요소다. 아시아집흰개미는 흙으로 만든 터널을 통해 이동하며, 건물 기초부터 벽면을 타고 올라가 지붕까지 침투한다. 피해가 육안으로 확인될 때까지는 이미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목재에 손을 대면 쉽게 부서지거나, 벽을 두드렸을 때 속이 빈 소리가 나는 것이 아시아집흰개미 피해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번식 능력 또한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 여왕개미는 하루에 최대 10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수명이 15~25년에 달해 평생 동안 수백만 개의 알을 생산한다. 또한 기존 군체에서 분리돼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분비군(swarm)' 현상을 통해 급속도로 서식 범위를 확장한다.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미얀마·태국·말레이시아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출신인 아시아집흰개미는 국제교류 증가에 따라 미 남부, 중남미, 대만 등으로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존 서식지보다 북쪽 지역에서도 생존이 가능해지면서 분포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검역 단계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유통 단계에서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역망이 뚫린 셈이다. 2023년 5월에도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외래 흰개미가 나온 적 있다.
흰개미는 나무를 분해해 탄소를 자연으로 환원하고 토양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목조문화재와 건물을 붕괴할 수 있다.
국내에 출현한 두 흰개미 모두 열대종이라 정착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대만흰개미로 불리는 '콥토테르메스 포르모사누스(Coptotermes Formosanus)'는 얘기가 다르다.
대만흰개미는 온대종이라 한국 생태계, 특히 남해안을 중심으로 적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종은 아시아집흰개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흰개미의 군체 규모는 아시아집흰개미를 압도한다. 완전히 성숙한 군체는 보통 300만~700만 마리에 달하며, 일부 대형 군체는 1000만 마리를 넘어서기도 한다. 여왕개미의 산란 능력도 더 뛰어나 하루 최대 30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으며, 30년 이상 생존하면서 평생 수천만 개의 알을 생산한다.
이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만흰개미 한 군체가 1년 동안 소비하는 목재량은 약 1톤에 달한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대만흰개미로 인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주택 피해만으로 연간 1000억 엔의 경제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대만흰개미가 정착한 후 목조 주택의 평균 수명이 30년에서 15년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됐다.
대만흰개미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적응력이다. 영하 5도까지 견딜 수 있어 한국의 겨울철 기온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염분에 대한 내성이 강해 해안가 지역에서도 번식할 수 있으며, 지하 10미터까지 굴을 파고 들어가 지하 시설물도 공격한다. 심지어 콘크리트 사이의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철근을 둘러싼 목재 구조물까지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식 패턴도 매우 공격적이다. 대만흰개미는 1년에 두세 차례 대규모 분비군(개미들이 특정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여 집단을 이루는 현상)을 형성해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한다. 한 번의 분비 과정에서 수만 마리의 날개 달린 성충이 동시에 날아올라 반경 수 킬로미터 내의 모든 건물로 퍼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수백 개의 새로운 군체가 동시에 형성될 수 있어 한 번 침입하면 지역 전체가 순식간에 오염된다.
대만흰개미는 또한 독특한 '슈퍼콜로니' 현상을 보인다. 서로 다른 군체끼리도 협력해 거대한 연합체를 형성한다. 이때 총 개체 수는 수천만 마리에 달할 수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도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대만흰개미 슈퍼콜로니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목재 외에도 대만흰개미가 공격하는 대상은 광범위하다. 책, 신문, 벽지, 카펫, 의류, 가죽제품은 물론 심지어 전선의 피복까지 갉아먹어 화재를 일으키는 사례도 보고됐다. 하와이에서는 대만흰개미가 광섬유 케이블을 손상시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대만흰개미의 탐지와 방제도 극도로 어렵다. 이들은 아시아집흰개미보다 더욱 은밀하게 활동하며, 피해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건물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제 비용도 아시아집흰개미의 3-5배에 달하며, 완전한 박멸까지는 보통 5-10년이 소요된다.
국제적으로 대만흰개미는 가장 위험한 침입 해충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대만흰개미를 '세계 100대 침입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했으며, 많은 국가에서 이 종의 유입을 막기 위해 특별 검역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