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후 12년 만의 일... 북한이 아예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인물
2025-06-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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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구축함 사고 관련자들 사진에서 아예 삭제

북한이 지난달 발생한 구축함 사고 관련자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관영매체에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북한 매체가 특정 인물을 의도적으로 지우는 사례로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분석된다.
조선중앙TV는 13일 5000t급 구축함 '강건호' 진수 기념식 보도를 하며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선건조사업 현지지도 사진을 재공개했는데, 당시 사진 속 김 위원장과 함께 있던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의 모습이 진수식 보도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관영매체는 일반적으로 과거 보도 자료를 재사용할 때 원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에는 특정 인물만을 정교하게 삭제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편집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구축함 사고가 발생한 청진조선소의 지배인 홍길호도 김명식과 마찬가지로 과거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사진에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강건호 진수 기념식 보도 사진에서는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업계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홍길호는 청진조선소의 운영을 총괄해 왔으며, 이번 구축함 건조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홍길호는 구축함 사고 발생 후 가장 먼저 사법 당국에 소환된 인물로 파악됐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홍길호는 사고 발생 직후 청진조선소에서 긴급 소환됐으며, 이후 그의 행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일반적으로 중대한 산업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장 책임자를 우선적으로 문책하는 관례가 있기에 홍길호의 처벌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의 경우 구체적인 처벌 내용이 발표된 바는 없으나, 강건호 진수 기념식 사진을 통해 해군사령관이 박광섭으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박광섭 신임 해군사령관은 북한 해군의 잠수함 전력 강화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명식의 경우 2023년부터 해군사령관직을 수행해 왔으며, 북한의 해상 전력 증강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이 특정 인물을 매체에서 삭제한 것은 2013년 장성택 처형 당시 이후 처음이라며 구축함 사고 관련자들이 예상보다 강한 처벌을 받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13년 장성택 숙청 당시 북한은 장성택의 모든 공개 기록에서 그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삭제했다. 북한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징벌 조치 중 하나로 여겨졌다. NK뉴스는 이번 사례가 12년 만에 나타난 유사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이번 구축함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새로 건조한 구축함을 지난달 21일 청진조선소에서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이 먼저 이탈하면서 제대로 진수하지 못했다. 사고는 이른바 '측면 진수' 방식으로 진행되던 중 발생했으며, 배 뒷부분이 물에 먼저 들어가고 뱃머리가 육지에 걸리면서 구축함이 옆으로 넘어지는 심각한 사고가 벌어졌다.
진수식은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북한의 주요 군부 인사들과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은 이 구축함을 차세대 주력 전투함으로 개발해왔으며, 대함미사일과 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 체계를 탑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진수식은 북한의 해군력 과시를 위한 중요한 행사로 기획됐으나, 예상치 못한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는 중대사고"라며 격노했고 이후 관련자들의 소환 등 처벌이 줄줄이 진행됐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강한 분노를 표출했으며,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기술적 실수가 아닌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규정하며, 관련자들을 ‘반역자’로 규정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북한은 구축함 복구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으며, 약 23일 만에 수리를 완료하고 지난 12일 라진조선소에서 재진수식을 거행했다. 재진수식에는 김 위원장이 다시 참석했다.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진수를 완료했다. 함명은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 인물을 따 강건호로 명명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구축함이 쓰러지긴 했지만 엔진 등 핵심 장비의 작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복구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선체 일부가 손상됐고, 각종 전자장비와 무기 체계에 대한 점검과 교체 작업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조선업 기술력과 품질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과 구축함 등 주요 함정 건조에 박차를 가해 왔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기술적 역량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형 함정의 진수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북한 조선업계의 안전관리 체계와 기술 수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