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5억 저예산 작품인데…개봉 13일 만에 50만 돌파해 난리 난 ‘한국영화’
2025-06-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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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비추는 거울, 정치 스릴러의 새로운 도전
개봉 당시만 해도 대형 상업영화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히 상영을 시작했던 저예산 영화 한 편이 불과 13일 만에 관객 수 50만 명을 넘기며 한국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은 바로 영화 '신명’이다. 이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를 모티브로 삼은 인물 설정, 현실 정치의 은유, 오컬트적 상징성 등을 결합한 ‘정치 스릴러’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관객들의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신명'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기획 아래 제작된 작품으로, 제작비 15억 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단순한 비용 규모와는 무관하게, 지금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파급력은 블록버스터급이다.
‘신명’ 제작사인 열공영화제작소는 개봉 후 2주도 채 되지 않아 작품이 5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관객 입소문이 어떤 위력을 갖는지를 다시 증명됐다. 스크린 수, 상영 횟수 모두에서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이끌어낸 점이 특히 주목된다.

영화는 권력을 쥐기 위해 신비한 힘을 이용하는 여인 '윤지희'(김규리)와 그녀의 실체를 파헤치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정현수'(안내상)의 치열한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술과 신분 세탁, 권력 유착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극적 상상력을 넘어서, 실제 현실을 투영하는 듯한 전개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신명'의 흥행 요인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한국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오컬트와 정치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장르적 실험이 관객의 신선함을 자극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사용하는 부적, 굿판, 신점 등의 설정은 단순한 미신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과 긴밀히 연결되며 해석의 폭을 넓힌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뒷받침했다. 윤지희 역의 김규리는 현실 속 인물을 연상케 하는 몰입감 있는 연기로 호평받고 있으며, 정현수 역을 맡은 안내상 또한 강한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신명'은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N차 관람 열풍과 해석 놀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속 인물과 장면이 실제 정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는 글이 퍼지면서,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해석하고 토론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관객 참여형 흥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주연 배우들은 현재도 천안, 대전, 전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무대 인사를 진행하며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정치 풍자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구조적 권력 문제, 언론의 역할, 시민의 인식 변화 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개봉 직후 '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명’은 단순히 흥행 수치를 넘어선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와 사회, 종교와 믿음, 언론과 권력 사이의 충돌을 날카롭게 드러낸 이 작품은 영화를 통해 관객이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관객의 자발적 선택과 입소문이 모여 이뤄낸 이 흥행은,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