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자 “윤 전 대통령 인터뷰 조건, 탈레반과 비슷한 수준”

2025-06-16 17:34

add remove print link

파이낸셜타임스 서울지국장 “사전 검토, 수정, 최종 확인 요구하더라”

크리스티안 데이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 / '뉴스포터' 유튜브
크리스티안 데이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 / '뉴스포터' 유튜브

탈레반 지도자 인터뷰와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조건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외신 인터뷰에 요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리스티안 데이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인터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극도로 제한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립언론 ‘뉴스포터’ 유튜브 채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은 인터뷰 발언의 사전 검토, 수정, 최종 확인을 요구했다”며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제한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기자가 이 조건을 본사에 보고하자 본사에서 “탈레반 지도자 인터뷰 때와 비슷한 조건”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FT는 공정한 보도가 어렵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포기했다. 그는 “이런 조건은 독자에게 공정하지 않다”며 “너무 많은 필터를 거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지난해 윤 전 대통령 기자회견에 휴가 중이라 참석하지 않았다면서도 “휴가가 아니었어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데이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인터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극도로 제한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 '뉴스포터' 유튜

데이비스 지국장은 한국 지도자들의 글로벌 소통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 및 기업 지도자들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대기업 리더들은 글로벌 미디어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AI의 샘 올트먼 같은 해외 기업인들은 외신과 자주 소통한다고 비교했다. 그는 일본 소니 CEO도 외신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한다면서 한국 지도자들의 소통 부족이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외교부 장관이나 총리, 대통령은 인터뷰를 자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 외신 간 갈등도 조명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외신이 주요 인사와 인터뷰를 따내면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외신은 한국 언론이 권력자와 너무 가까워 객관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신은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역할로 보지만, 한국 언론은 이를 ‘까다롭다’고 여긴다”며 “서구 외신은 아시아 외신이 저널리즘 독립성을 위해 충분히 싸우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언론이 외신 소속 한국인 직원을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며 배신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 비판하며 “이는 매우 부당하고 불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한국 언론의 문제 원인을 개별 기자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자는 낮은 임금을 받고 언론사 간부들이 광고주나 대기업과 거래를 맺는다”며 “이런 환경은 기자들에게 매우 낙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국 기자가 열악한 환경 때문에 PR이나 홍보 분야로 전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널리즘을 이어가는 한국 기자는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며 “그들의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