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80세 이상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내시경 받지 마세요"

2025-06-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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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넘으면 달라지는 내시경 검진의 진실

고령층의 위·대장암 내시경 검진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 속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내시경 검진의 이점이 뚜렷하지 않아, 일률적인 권고보다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79세까지는 효과 있지만, 80세 넘으면 불확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사업단(PACEN)에 따르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현수 교수팀은 국가 암 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위암·대장암 내시경 검진 효과를 분석했다. 위암의 경우,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위내시경 검진을 받은 75세 이상 고령자 8만 6000명과 비수검자 8만 6000명을 비교한 결과, 79세까지는 사망률이 43% 감소했다. 그러나 80세 이상에선 위암 사망 억제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대장암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75세 이상 대장 내시경 수검자 1만9000명과 비수검자 1만9000명을 분석한 결과, 79세까지는 대장암 발생률이 30% 줄었지만, 80세 이상에서는 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80대 이후에는 내시경 검진의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검진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건강 상태’

현재 국가 암 검진 제도는 위암은 40세 이상, 대장암은 50세 이상부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한 연령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번 연구는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검진’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령자의 경우 기대수명, 전반적인 건강 상태, 기저질환 여부에 따라 내시경 검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내시경 검사 자체도 고령자에게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검사 중 진정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호흡 억제나 심장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암은 85세 이상에서 발병률 자체가 낮아지고, 대장암 또한 81세 이상에서 검진 효과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관련 학회의 판단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nside Creative Hous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nside Creative House-shutterstock.com
환자와 의료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

PACEN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80대 이상 고령자의 내시경 검진 여부는 정해진 기준보다는 개별적인 건강 상태와 암 발생 위험도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인 검진보다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충분히 상의하고, 그 사람의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히 연령만을 기준으로 검진 여부를 판단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 제기를 던지는 동시에, 고령사회를 맞은 한국 의료 환경에 꼭 필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조건이 아닌 ‘선택적 검진’의 시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이들이 오래 사는 시대가 됐지만, ‘얼마나 오래’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8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암 검진이 모든 이에게 무조건적인 혜택이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둔 의료 판단이다. 이제는 건강검진도 나이에 따른 획일적 접근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고려한 맞춤형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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