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하자마자 난리…'1점 vs 10점' 평점 엇갈린 1068억 대작

2025-06-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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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율 1위 휩쓴 레전드 영화...23년 만에 원작 제작진 귀환

대니 보일 감독의 23년 만의 복귀작 '28년 후'가 오늘(19일) 전국 극장가에서 막을 올렸다. 분노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좀비 영화계에 혁신을 가져온 '28일 후'(2002)의 정통 후속작인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영화 '28년 후' 예고편 캡처 / 소니픽쳐스코리아
영화 '28년 후' 예고편 캡처 / 소니픽쳐스코리아

하지만 정작 개봉 첫날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19일 오전 기준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은 6.32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평점 분포를 살펴보면 최고점인 10점과 최저점인 1점이 유독 많아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뉜 상황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관객들은 "아주 굿굿",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아카데미 감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느낌... 2편 기대됨",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신선한 연출과 전개...올해 영화 중에 제일 낫다", "역시 대니 보일은 신이다"라며 극찬했다.

반면 실망감을 드러낸 관객들도 많았다. "'28일 후'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없고 무한도전 좀비특집 '28년 후'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음", "감독님 내 만 원 돌려줘요", "내 기준이지만 좀비물 열 손가락 안에도 못 든다", "즐겁게 봤던 28 시리즈를 걷어 차버린 최악의 영화", "오늘 좋아하던 감독 하나를 잃었네요. 과연 2편이 나올 수나 있을까", "마지막도 그렇고 아쉽다...'28일 후'랑 너무 비교된다" 등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 소니픽쳐스코리아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 소니픽쳐스코리아

'28년 후'는 원작 '28일 후'의 제작진이 완전체로 복귀해 큰 화제를 모았다.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가 스토리텔링에 참여했다. 전작에서 주인공 짐 역할을 맡았던 킬리언 머피는 이번에는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에 깊이 관여했다. 이들의 재결합은 20여 년 전 좀비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명작팀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작품은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28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국경이 완전히 봉쇄된 영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홀리 아일랜드'라는 고립된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이곳에서 태어난 12세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아버지 제이미(애런 테일러 존슨)와 함께 처음으로 본토 탐험에 나선다.

스파이크는 본토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한다.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던 중 그들의 우두머리 격인 '알파'와 마주치게 되면서 위험에 빠진다. 간신히 섬으로 돌아온 스파이크는 원인 모를 두통과 기억장애에 시달리는 어머니 알리아(조디 코머)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 켈슨(랄프 파인즈)을 찾아 다시 위험천만한 본토로 향한다.

영화 '28년 후' 스틸컷 / 소니픽쳐스코리아
영화 '28년 후' 스틸컷 / 소니픽쳐스코리아

원작 개봉 이후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바이러스와 감염자들도 변화를 겪었다. 대니 보일 감독은 "영국을 격리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소진돼 죽을 것이란 것은 착각이었다. 긴 시간 동안 바이러스들도 진화했다"면서 "진화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감염자들이 진화한 서너가지의 형태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기존의 빠르고 광폭한 감염자들 외에도 사냥 능력을 갖춘 감염자, 기어다니는 감염자, 초인적인 힘과 지능을 보유한 리더급 감염자 등 다양한 형태의 진화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더 강해지고 빨라졌으며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영화는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일부 장면을 아이폰으로 촬영해 디지털 캠코더로 담아낸 '28일 후'의 거친 질감을 재현했다. 이는 감염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2.76:1의 와이드스크린 화면비는 전작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포감을 선사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촬영 기법이다.

영화 '28년 후' 스틸컷 / 소니픽쳐스코리아
영화 '28년 후' 스틸컷 / 소니픽쳐스코리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실 세계도 영화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브렉시트라는 현실적 사건들이 영화 속 바이러스 창궐과 영국 격리 설정과 묘하게 겹친다.

보일 감독은 "첫 영화가 보여줬던 설정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의 현실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면서 "이제 우리는 영화처럼 거리가 텅 비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모든 요소를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28년 후'는 단순한 좀비 액션물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해골 탑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주제 의식을 상징한다.

대니 보일 감독은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마지막에는 모두가 같은 운명, 즉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되돌아온 대자연의 모습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감독은 "'28년 후'는 '네이처 필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유튜브, 소니픽쳐스코리아

7800만 달러(약 106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새로운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2편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3편도 제작 준비 중이다. 킬리언 머피는 2편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3편에서는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28년 후'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극명하게 갈린 관객 반응 속에서도 좀비 영화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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