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로 시작했는데…21.7%로 터진 '레전드 한국 드라마', 드디어 넷플릭스 공개

2025-06-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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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직장인의 애환과 성공 스토리로 사랑받은 한국 드라마
첫방 시청률 8.7%→21.7% 돌파하며 '유종의 미' 거둔 레전드 작품

한 자릿수 시청률로 조용히 시작했지만 마지막 회에 21.7%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가 있다. 방영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이, 13년 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바로 2012년 SBS에서 방영된 이범수·정려원 주연의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 '방송 장면 일부 / SBS
SBS '샐러리맨 초한지 '방송 장면 일부 /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지난 6월 17일 넷플릭스에 공식 공개됐다. 2012년 1월 2일부터 3월 13일까지 총 22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첫 회 시청률 8.7%에서 시작해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며 최종회 21.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격변하는 대기업 내부의 암투,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직장인의 이야기, 거기에 고사성어와 역사적 캐릭터 이름까지 절묘하게 섞인 설정은 방영 당시에도 보기 드문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중국 고전소설 '초한지'에 나오는 인물 이름을 현대 직장인의 세계에 과감히 끌어들인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내용은 어디까지나 21세기 대한민국의 대기업. 신약 개발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 내부 권력 암투, 샐러리맨의 애환과 생존 본능이 중심 서사다. 유방, 항우, 진시황, 장량, 모가비 등 낯익은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역할과 서사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이 낯익은 이름들이 상징처럼 작용하며, 이야기의 리듬에 은근한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레전드’로 만든 건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다. ‘자이언트’의 이강모로 정의로운 리더 캐릭터를 보여줬던 이범수는 이 작품에서 코믹하고 처절한 생존형 직장인 ‘유방’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유쾌하고 집요하며 결코 좌절하지 않는 유방은, 웃기면서도 짠한 감정을 동시에 주는 인물이다. 반면 정려원은 ‘욕쟁이 백여치’라는 캐릭터로 이미지 파괴에 가까운 연기 변신을 감행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희진, 영화 ‘통증’의 감성적 여성상을 기억하던 시청자에게는 놀라운 변화였다. 정려원은 거침없는 대사와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백여치를 소화하며 배우로서 한 계단 올라섰다는 평을 받았다.

'샐러리맨 초한지' 이범수 스틸 컷 / SBS
'샐러리맨 초한지' 이범수 스틸 컷 / SBS

극 중 갈등 구조도 흥미롭다. ‘항우’ 역을 맡은 정겨운은 재벌 2세이자 천하그룹 부사장으로, 유방과는 대립하는 경쟁자이자 때로는 묘한 유대감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항우의 완전한 악역화를 막아준 건 홍수현이 연기한 ‘차우희’다. 생명공학 연구원이자 현실에 찌든 생계형 직장인인 그녀는 항우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미를 드러내며 극의 감정선을 책임졌다.

반면, 본격 빌런 역할은 김서형이 맡았다. 진시황 회장의 비서실장 ‘모가비’는 권력을 탐하다 결국 회장 자리에 오르지만, 마지막엔 무너지는 캐릭터다. 이후 'SKY 캐슬'로 ‘악역 전문’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 김서형은 이 작품에서 이미 냉혈한 빌런의 정석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만이 아니다. 지금은 흔한 ‘에필로그’ 장면을 매 회차 도입했던 거의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회차가 아무리 진지하게 끝나도, 짧은 에필로그 한 컷으로 다음 주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특히 바쁜 제작 일정으로 예고편조차 내지 못했던 회차에서도 에필로그만큼은 빠지지 않고 방영돼, 시청자에게 “늘 뭔가 더 남는다”는 인상을 남겼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이언트’ 팀의 총출동이다. 극본을 맡은 장영철·정경순 부부 작가, 연출 유인식 PD, 주연 이범수 외에도 이덕화, 김서형, 김성오, 정보석 등 ‘자이언트’ 출신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특히 정보석은 6회에 ‘조필연’ 역으로 깜짝 카메오 출연해 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실상 ‘자이언트’의 코믹 평행세계판이라고 불릴 만한 구성이었다.

유튜브, SBS Catch

‘샐러리맨 초한지’는 방영 당시보다 지금에 더 어울리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기업 내부 정치, 줄타기, 출세를 향한 무리수, 인간관계의 비정함. 지금의 현실과 닮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은 끝까지 웃음을 놓지 않고, 정의롭지 않아도 살아남는 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어딘가 찌질하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첫 방송 8.7%, 최종회 21.7%. 10년 넘게 회자되는 이 드라마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지금도 충분히 ‘레전드’라 불릴 자격이 있다. 혹시 아직 보지 못했다면, 지금 넷플릭스에서 첫 회를 시작해볼 타이밍이다. 그 안에, 2010년대 초 한국 드라마의 실험 정신과 유쾌한 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 포스터 / SBS
SBS '샐러리맨 초한지' 포스터 / SBS

한편, 6월 공개되는 신작 라인업은 6월 1일부터 드라마 ‘굿보이’, 4일에는 ‘샤킬 오닐의 대담한 도전’, 5일 ‘지니&조지아 시즌3’, ‘바라쿠다 퀸스’, 6일 광장, 12일 ‘푸바 시즌2’, 14일 ‘비마이 보이즈’, 15일 ‘미녀의 탄생’, 17일 ‘샐러리맨 초한지’, ‘매직’, 19일 ‘싸인’, ‘바람의 화원’이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이어 23일 ‘청담동 앨리스’, ‘너희들은 포위됐다’, 25일 ‘최후통첩: 퀴어 러브 시즌2’, 27일 ‘오징어게임 시즌3’이 공개되며,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 핫! 스페인’도 공개될 예정이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 시청률 추이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

1회(01.02) 8.7%

2회(01.03) 10%

3회(01.09) 10.5%

4회(01.10) 10.1%

5회(01.16) 12.1%

6회(01.17) 10.6%

7회(01.23) 9.9%

8회(01.24) 12.8%

9회(01.30) 13.7%

10회(01.31) 15.1%

11회(02.06) 14.6%

12회(02.07) 15.1%

13회(02.13) 15.9%

14회(02.14) 16.0%

15회(02.20) 16.9%

16회(02.21) 19.1%

17회(02.27) 18.8%

18회(02.28) 19.2%

19회(03.05) 18.7%

20회(03.06) 21.0%

21회(03.12) 19.1%

22회(03.13) 21.7%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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