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까지 싹쓸이… 협치 무시한 민주당의 '박범계 카드'
2025-06-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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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요구 외면하고 법사위원장 독식 강행…입법 독주 재연 우려 커져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자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원 구성 협상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이미 차지한 민주당이 야당과 최소한의 협의 없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움켜쥐려는 행보에 '입법 독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법률안의 체계·자구는 물론 내용까지도 심사할 수 있는 핵심 상임위다.
법적 권한을 넘어 입법 취지를 훼손할 정도로 법안 내용을 건드리거나, 장기간 붙잡아 좌초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법사위가 상·하 양원제에서 하원의 의결안을 거부할 수 있는 '상원(上院)'에 종종 비견되는 까닭이다. 입법의 최종 관문인 국회 본회의에 버금가는 파워다.
법사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고 있다 보니 그동안 다수당이 국회 운영을 관장하는 국회의장을 갖고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집권당이나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협치를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입법의 양대 관문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갖는 관행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뒤 21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금 갔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탄생한 22대 국회에도 이어져 민주당 의원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체제를 가동했다.
법사위원장은 '입법 폭주'를 저지할 수 있는 자리다. 민주적 국회 운영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1, 2당이 나누는 것은 그래서 상식과 공정에 부합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입법권력 지형이 여대야소로 뒤바뀌자 국민의힘이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을 돌려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18일 민주당이 자당 법사위 간사인 박범계 의원을 신임 법사위원장에 내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요구를 묵살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이번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모두 확보한 데 이어,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고집하면서 사실상 일당 독식 체제를 구축한 셈이 됐다.
더욱이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강대강' 대치를 했던 인물이다. 야당과의 협조는커녕 정쟁의 중심에 있었던 인사를 굳이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정면 돌파가 아니라 정면충돌을 택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이 법사위까지 독점하게 되면 법안 심사 구조가 한쪽으로 쏠리며 사실상 '거수기 국회'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법사위는 야당이 견제 역할을 하며 국회 내 최소한의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심각한 파장을 예고한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이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중요하다는 명분으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갔다는 점을 짚으며 "거수기 역할을 하는 민주당 법사위원장으로는 법률안 검토와 사법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진 나경원 의원은 범여권 의석이 190석에 가까운 상황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쥐고 있으면 삼권분립이 훼손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국회를 이재명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