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상록수’ 친필 원고, 90년 만에 ‘문화유산’ 됐다
2025-06-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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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필경사서 집필한 9점, 충남 등록문화유산으로… 일제강점기 언어·문체 연구 사료 가치 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그날이 오면’으로 민족의 염원을 노래한 문학가 심훈(沈熏, 1901~1936) 선생의 대표작 『상록수』 친필 원고가 집필 90주년을 맞아 마침내 문화유산으로 공식 등록됐다.
충남 당진시(시장 오성환)는 20일, “심훈 선생이 당진 필경사(筆耕舍)에서 집필한 소설 『상록수』의 친필 원고 9점이 충청남도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등록된 원고는 소설 21화 전체와 78화 일부로, 심훈기념관에 전시되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상록수』는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공모에 당선돼 연재된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단순한 민족 저항을 넘어, 농촌 계몽 운동에 헌신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식민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아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심훈 선생은 1932년 당진으로 내려와 직접 설계한 집 ‘필경사’에서 이 소설을 집필했다.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결정적 이유는 원고가 지닌 ‘사료적 가치’ 때문이다. 해당 원고는 민족 언론사였던 ‘조선중앙일보사’의 로고가 찍힌 원고지에 작성된 1차 자료다. 특히 신문에 연재된 최종본과 내용이 달라 ‘초고(初稿)’일 가능성이 높으며, 원고 곳곳에 남은 수정과 삭제의 흔적은 당시의 언어와 문체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로 평가받았다. 일제 치하 작가의 치열했던 집필 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영식 당진시 문화체육과장은 “심훈 상록수 친필 원고의 역사적, 문학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상록수 집필 9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상록수』 친필 원고 전체 본은 미국에 거주하던 심훈 선생의 3남 고(故) 심재호 씨가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