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4년 만에 이룩한 쾌거... 한국 스포츠 역사에 새 이정표 세운 여자 선수
2025-06-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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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우승
김하윤은 2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5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 이상급 결승에서 일본의 신예 아라이 마오(세계 7위)를 반칙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199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문지윤(72㎏ 이상급)이 우승한 이후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최중량급 정상에 올랐다.
김하윤은 준준결승에서 대표팀 후배 이현지(세계 4위·남녕고)를 치밀한 경기 운영으로 반칙승을 거뒀다. 이어 준결승에서는 세계 1위 프랑스의 로만 디코와 연장 접전 끝에 반칙승으로 결승 티켓을 손에 쥐었다.
결승전에서는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 2년이 채 안 된 아라이 마오를 상대로 초반부터 신중한 잡기 싸움을 펼쳤다. 경기 시작 1분 38초에 두 선수는 소극적 플레이로 지도 1개씩을 받았다. 김하윤은 이후 공격적으로 전환해 다리 걸기를 시도하며 주도권을 잡았고, 아라이는 2분 24초에 방어 자세 반칙으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정규 시간 4분 동안 승부가 갈리지 않아 연장전(골든 스코어)에 돌입했고, 김하윤은 연장 41초 만에 아라이와 함께 그립 피하기 반칙을 받아 승리를 확정했다. 유도 규정상 지도 3개는 반칙승으로 이어진다.
이현지는 패자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네덜란드의 마릿 캄프스(세계 9위)를 허리 대돌리기 한판으로 제압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이현지는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값진 메달을 따냈다. 남자 100㎏ 이상급 김민종(세계 3위·양평군청)도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세계 4위)에게 모로떨어뜨리기 한판으로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타멜란 바샤예프(세계 9위·러시아 출신 개인중립선수)를 연장전 오금대떨어뜨리기 절반으로 이겼다. 이 체급 우승은 세계 1위 이날 타소예프(러시아 출신 개인중립선수)가 가져갔다. 남자 81㎏급 이준환(세계 1위·포항시청)도 동메달을 땄으며, 여자 57㎏급 허미미(세계 5위·경북체육회)는 2연패 도전에 실패하며 메달을 놓쳤다. 한국은 금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종합 6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21일 단체전에 출전한 뒤 22일 귀국한다.
김하윤은 이번 대회 전 부상으로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IJF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오른쪽 갈비뼈 연골을 다쳤지만, 초기 검진에서 부상이 발견되지 않아 훈련을 강행하며 통증이 악화됐다. 이후 대학병원 정밀 검진으로 연골 손상을 확인했고, 국가대표 2차 선발전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까지 겹친 그는 오른쪽 상체와 왼쪽 하체 통증을 안고도 세계 정상에 섰다.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 동메달로 주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모두 달성하는 그랜드슬램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갔다.
김하윤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직 얼떨떨하다"며 "이번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뛰겠다"고 밝혔다. 그는 준준결승에서 이현지와 맞붙는 대진이 부담스러웠지만 서로 격려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그는 이현지를 "대단한 후배"이자 "성장을 돕는 동반자"로 평가하며 이현지의 성장 덕분에 국제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의 힘이 약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현지는 지난해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중국의 쉬스옌과 일본의 소네 아키라를 꺾고 동메달을 따내며 주목받았고,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유망주로 떠올랐다.
김하윤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전진하며 컨디션 관리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급성 당뇨로 체중 감소에 시달렸던 그는 "도쿄 올림픽 전 몸무게는 회복하지 못했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