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1등급이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2025-06-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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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건강 위협하는 '독'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원한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이 선사하는 차가운 바람은 그야말로 구원과도 같다. 하지만 이 편안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에어컨은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지와 곰팡이로 가득한 에어컨 내부에서 번식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우리 몸속으로 침투하고 집안 곳곳을 오염할 수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들
에어컨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다. 에어컨 필터와 내부 열교환기에 쌓인 먼지, 곰팡이, 세균들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면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습기와 축적된 먼지가 결합하면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공기 오염은 매년 약 400만 명의 조기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욱 심각한 건 레지오넬라균의 위험이다. 물과 습기가 있는 곳에서 번식하는 이 세균은 에어컨의 냉각장치나 배수 시스템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감염되면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레지오넬라 폐렴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대형 건물의 중앙 에어컨 시스템에서 레지오넬라균이 발견돼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피부 트러블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가 피부에 직접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고, 곰팡이 포자나 세균이 모공을 통해 침투하면서 여드름이나 습진을 악화시킨다. 아이,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이런 오염된 공기에 더욱 취약하며, 실제로 에어컨을 오래 청소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원인 모를 기침이나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집 전체를 위협하는 연쇄 오염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집 안 환경도 심각하게 악화된다. 에어컨 내부의 곰팡이는 지속적으로 포자를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들 포자가 집 안 곳곳에 퍼지면서 벽지, 카펫, 소파 등에 달라붙어 새로운 곰팡이 서식지를 만든다. 결국 집 전체가 곰팡이로 오염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며,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고 습도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전반적인 주거 환경이 악화된다.
더 심각한 건 곰팡이가 목재, 벽지, 카펫을 손상하고 집의 구조적 안정성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에어컨의 배수관이 막히면 물이 새어 천장이나 바닥에 얼룩을 만들고, 심하면 누수로 이어져 수리 비용을 크게 늘리고 집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아
에어컨 청소를 소홀히 하면 에어컨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필터가 먼지로 막히면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냉방 효과가 떨어지고, 에어컨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청소하지 않은 에어컨은 정상 상태보다 최대 30%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시스템에 무리가 가면서 에어컨의 수명도 단축돼 결국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에어컨 청소법
에어컨 청소는 단순히 필터를 물로 헹구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먼저 안전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고 플러그를 뽑아 감전 사고를 방지한다. 다음으로 에어컨 커버를 열고 필터를 꺼낸다. 진공청소기로 큰 먼지를 제거한 후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부드러운 솔로 닦는다. 너무 세게 문지르면 필터가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구고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후 설치한다. 샤워기 꼭지를 이용해 먼지가 쌓인 반대쪽에 물을 뿔려 먼지를 제거할 수도 있다.
필터 청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에어컨 내부의 열교환기와 팬에도 먼지와 곰팡이가 쌓인다. 열교환기 청소에는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에어컨 세정제를 열교환기와 송풍팬에 골고루 뿌리고 15~20분 기다린 뒤 마른 천으로 닦아낸다. 물이 내부 전자 부품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배수관을 통해 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한다.
팬과 블로어는 긴 브러시나 압축 공기 캔을 사용해 먼지를 제거하되 너무 세게 문지르지 않도록 조심한다. 배수 호스도 정기적으로 점검해 곰팡이나 이물질이 끼어있으면 제거하고, 막힌 경우에는 가는 철사나 전용 도구로 뚫어준다. 청소 후에는 송풍 모드로 30분 정도 가동해 내부를 건조시킨다.
실외기 청소도 중요하다. 실외기 주변의 잡초나 쌓인 낙엽을 제거하고, 핀 사이사이에 낀 먼지를 부드러운 솔로 제거한다. 고압 세척기를 사용할 때는 압력을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한다.
청소 시 주의사항과 정기 관리
청소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세정제나 물이 전자 부품에 닿지 않도록 하고, 청소 후 부품을 완전히 말리지 않고 조립하면 곰팡이와 악취가 생길 수 있다. 청소 도구는 깨끗한 것을 사용한다. 오염된 솔이나 걸레는 오히려 세균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 만약 에어컨이 오래 방치됐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번식했다면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게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필터 청소는 2주마다, 전체적인 내부 청소는 시즌 시작 전과 끝난 후 최소 1년에 2회는 할 것을 권장한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잦다면 최소 한 달에 한 번 필터를 청소하고, 3~6개월마다 내부를 점검한다. 겨울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커버를 씌워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보관한다.
에어컨은 여름의 구원자지만, 방치하면 건강과 집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지금 에어컨을 점검하고 청소하지 않는다면 시원한 바람 대신 곰팡이와 세균을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당장 필터를 꺼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청소를 시작하자. 깨끗한 에어컨이 건강과 집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