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과 화제성도 모두 1위인데... 알고 보면 뒷맛이 꽤나 씁쓸한 한국 드라마

2025-06-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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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 우수성 입증 동시에 방송 생태계 위기 상징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를 점령한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올해 최고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이 원래 KBS에서 제작하려던 드라마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박보영의 연기 차력쇼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42개국에서 톱 10에 오르며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지만 정작 최대 수혜는 넷플릭스가 입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박보영의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인 CJ ENM tvN '미지의 서울'이 원래 KBS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자체 제작을 포기하고 CJ ENM에 내준 작품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대박을 내고 있는 것. KBS 입장에선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작품은 현재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유미지, 유미래(박보영)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지난달 24일 처음 방송된 작품은 닮은 얼굴만 빼고는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을 거짓말로 바꾸며 진짜 사랑과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특히 쌍둥이 유미지와 유미래를 오가는 박보영의 연기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실상 1인 4역에 가까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미지의 서울'은 1회 시청률 3.6%로 시작해 지난 21일 8회에서 7.4%까지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방영 초반 3%대로 출발했지만 "올해 최고 웰메이드 드라마" 등의 입소문 속에서 빠르게 상승하며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화제성 측면에서도 만만찮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OTT 콘텐츠 통합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발표한 6월 3주차 콘텐츠 랭킹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국내 순위에선 10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기록을 세웠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며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다시 입증하고 있다. 공개 첫 주에만 280만 시청 수와 1470만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3위, 전체 8위를 달성했다.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는 페루와 홍콩 등 전 세계 42개국에서 톱10에 들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박보영과 함께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진영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이호수를 섬세하게 표현했고, 류경수는 유미래의 곁을 따뜻하게 지키는 한세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하지만 이런 성공 이면에는 방송가의 구조적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미지의 서울'은 CJ ENM tvN 관계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TV 광고 시장이 침체한 데다 배우들 몸값 상승으로 제작 비용이 지나치게 올라 국내 방송 및 OTT는 시청률 대박이 나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결국 CJ ENM으로부터 작품을 공급받은 넷플릭스가 '미지의 서울' 최대 수혜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로 인해 방송사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장년층까지를 포함해 시청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 방송에서 OTT로 이동했기 때문. 이런 상화에서 배우들마저 방송사보다는 OTT를 선호하는 까닭에 방송사들은 방송사들엔 초비상이 걸렸다.

모든 콘텐츠들을 빨아들이는 넷플릭스는 막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최근 월 이용료를 올렸다. 광고형 스탠다드는 5500원에서 7000원으로, 베이직 요금제는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OTT 중 요금제가 가장 비싸다.

방송계는 착잡하다. '미지의 서울'과 같은 고품질 콘텐츠로도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현실은 해외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 주도권 약화가 심화하면 결국 작품의 전반적인 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작품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 확대는 단순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기준과 요구사항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창작의 자유도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한국적인 정서나 특색이 없는 무국적 콘텐츠가난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 문제도 방송계의 고질이다. 캐스팅 비용에 대한 압박이 국내 방송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인기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제작비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결국 작품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광고 시장 변화도 방송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통적인 TV 광고 시장이 축소하면서 방송사들의 주요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제작비는 계속 상승해 수익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은 구독료 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투자해 경쟁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제작사에도 딜레마가 있다. 국내 방송사만을 상대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불가피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방송 생태계의 자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기 관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지의 서울'의 성공 사례는 한국 드라마 제작진들의 역량과 창의성이 여전히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콘텐츠가 국내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만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현실은 국내 방송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들이 해외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미지의 서울'은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국내 방송 생태계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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