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홀릴 정도로 맛있는 생선... 일본이 '나라 대표 물고기'로 여길 정도

2025-06-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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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수박 향이 나는 지금이 제철인 한국 물고기

은어 구이 /    '한국맛집K' 유튜브
은어 구이 / '한국맛집K' 유튜브

여름의 전령사 은어가 제철을 맞아 강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물빛에 은빛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하면서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별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한국인의 밥상' 710회 '여름의 길목, 은빛 열정을 낚다' 편이 소개한 은어 요리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은어/ 국립생물자원관
은어/ 국립생물자원관

은어는 바다빙어목에 속하는 조기어류다. 등쪽은 푸르지만 배쪽은 은빛이 나 은어로 불린다.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한 형태를 갖고 있다. 보통 15~25cm 정도까지 자라지만 큰 녀석은 최대 35cm까지 성장한다. 연어과 어류에 가깝지만 양악의 구조, 이빨의 형태 등 다른 점이 많아 독립된 과를 이룬다.

은어는 어릴 때는 바다에 살다가 봄에는 강에 올라와 살며 가을에는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가 죽는다. 먹이는 돌에 나는 이끼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살고, 7~8월에 많이 굶어 죽어 '칠팔월 은어 굶듯'이란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1급수에 서식하며 물이끼를 먹고 자라 비린내가 없고 수박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은어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에서부터 중국의 만주 지방까지 분포한다. 극동지역에서만 산출되는 특산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은어는 국어(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로 여겨질 정도로 사랑받는 생선이다. 영화 ‘파묘’에선 험한 것(일본 귀신)이 먹는 물고기로 묘사된다.

은어는 바다에서 서식할 때는 몸길이 6~7cm 이하이며 원뿔 모양의 이빨을 갖고 있으나, 하천으로 돌아오면 식성 변화와 함께 이빨도 빗 모양으로 변한다.

방송에서는 전국 각지의 은어 잡이 명인들과 그들만의 특별한 요리법이 소개됐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서는 박석근 씨와 최호 씨가 구례와 하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승돼 온 '걸갱이 낚시법'으로 은어를 잡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 방법은 은어의 몸통을 낚싯바늘로 긁듯이 채는 방식이다. 은어의 습성을 알고 그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 숙련된 기술과 체력이 필수다.

은어/ 국립생물자원관
은어/ 국립생물자원관

6월 은어는 뼈가 연하고 향이 진하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그 맛이 최고로 알려져 있다. 방송에선 회를 치고 껍질을 벗겨 부위별로 다른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됐다. 껍질은 튀김으로, 쫀득하고 부드러운 은어 살은 회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 은어 살에 식초를 넣어서 탱글탱글한 식감을 더하고, 각종 채소와 집안 비법인 수제 초고추장을 넣어 무쳐주면 특별한 은어회무침이 완성된다. 들기름에 은어를 볶아 진하게 끓인 은어 곰탕은 최고의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에서는 추충호 씨와 마을 남자들이 대대로 만들어 써 왔다는 은어 잡이 기구를 들고 은어를 잡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곳의 은어 잡이는 계곡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마을 토박이 김미자 씨는 은어철이 되면 은어 잡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새벽부터 자리다툼을 하던 그리운 시절을 회상했다.

가난했던 시절 고등어 한 마리 사기 힘들었던 산골에선 은어만큼 기다려지는 음식도 없었다고 한다. 산골에서 은어는 오래 두고 먹어야 할 귀한 음식이었다. 염장을 한 후 빨랫줄에 널어 반건조한 은어로 석쇠 구이를 만들어 먹었고, 4대가 함께 살았던 집에서 은어구이는 할아버지만 드실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고 방송에서 소개됐다.

은어 회    / '한국맛집K' 유튜브
은어 회 / '한국맛집K' 유튜브

여름의 길목, 가장 싱싱한 은어만 골라서 만드는 은어밥도 특별한 별미로 소개됐다. 아궁이에 솥밥을 해서 뜸을 들 때 은어를 꽂아 넣어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은어밥은 이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은어 젓갈도 빠질 수 없는 요리다. 멸치액젓 구경하기 힘들었던 산골에서는 은어 액젓으로 나물을 무쳐 먹었다고 한다.

전남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에서는 은어 낚시 고수들의 특별한 기법이 소개됐다. 한용범 씨는 은어철이 되면 3, 4개월간 보성 강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살며, 올해 아흔인 김동진 어르신과 함께 은어를 낚는다. 고기를 너무 잘 잡아 '섬진강 갈매기'라는 별명이 붙은 김동진 어르신은 열일곱 살부터 은어 낚시를 시작해 은어잡이로 가족을 꾸리고 집안을 일궈왔다고 한다.

이들의 낚시 미끼는 다름 아닌 '씨은어'다. 살아있는 은어의 코와 배에 바늘을 달고 다른 은어의 영역에 들어가게 한 뒤 자기의 영역을 침범해 화가 난 다른 은어가 씨은어를 공격할 때 바늘에 걸려들게 하는 방식이다. 공격성이 강한 은어의 습성을 이용한 고수들의 낚시법이다.

한용범 씨는 맛에 대한 기준도 남다르다. 같은 구이라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화로를 선보였다. 지느러미와 꼬리 부분에 소금을 듬뿍 발라 숯불에 타는 걸 막은 후, 화로에 꽂아 살을 서서히 익힌다. 그래야 향까지 듬뿍 머금은 바삭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은어구이가 된다고 한다.

감자와 무를 깔고 끓인 은어 매운탕, 반죽에 맥주를 넣어 튀긴 은어 튀김까지 은어 맛을 제대로 살리는 노하우가 담긴 요리들이 방송에서 소개됐다.

조선시대에는 도루묵과 구분하기 위해 은구어라고도 불렸던 은어는 임금님 진상품으로도 유명했다. 세찬 물살을 거슬러 올라와 최고의 맛과 향을 내는 은어는 6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지역 대표 음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음식문화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매주 한편의 '푸드멘터리'로 꾸며내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이다. 최불암에 이어 최수종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한국인의 밥상' 710회 '여름의 길목, 은빛 열정을 낚다' 편이 소개한 은어 요리들. / '한국맛집K'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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