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에게 각별하게 좋은 나물... 산에서 보면 반드시 뿌리까지 캐보세요
2025-06-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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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련 질환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 나물
바람이 부는 산골짜기에서 연녹색 잎사귀가 흔들리며 새가 파드득 날아오를 듯한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나물이 있다. 파드득나물. 압아근으로도 불리는 이 식물은 특유의 상쾌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뛰어난 약성을 자랑하는 약재로도 쓰인다.
파드득나물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한국 전역의 산지와 습지, 특히 그늘진 곳에서 흔히 자란다. 잎줄기 끝에 세 개의 잎이 달려 삼엽채라는 별칭을 가졌다. 키는 30~60cm 정도로 자라며, 줄기는 미나리처럼 길고 속이 비어 있다. 7~8월이면 흰색의 작은 꽃들이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피고, 가을에는 씨앗이 맺힌다. 제철은 봄부터 초여름이다. 이때 어린 잎과 줄기가 부드럽고 향이 강하다. 여름이 지나면 잎이 질겨지고 꽃대가 올라와 식용으로는 덜 적합하지만, 약재로는 이 시기에 채취한 것이 효능이 좋다.
‘파드득’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새가 날개를 치며 날아오를 때 나는 소리를 연상시키지만, 식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잎을 씹을 때 보드득한 식감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군락을 이룬 싱그러운 초록빛 잎사귀의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에 따라 ‘반디나물’로도 불리지만 정확한 어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파드득나물은 참나물과 자주 혼동된다. 시중에서 ‘계량 참나물’로 판매되지만 진짜 참나물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 구하기 어렵다. 파드득나물은 재배가 쉽고 야생에서도 흔해 참나물 대용으로 유통된다. 일본에서 수입된 파드득나물 씨앗이 참나물로 포장돼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참나물은 줄기에 붉은빛이 돌지만 파드득나물 줄기는 선명한 초록색이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흔하다. 미나리와 비슷한 상쾌한 향과 아삭한 식감은 쌈채소나 샐러드로 제격이다. 고기를 쌈에 싸 먹거나, 고춧가루, 식초, 간장, 매실청으로 매콤새콤하게 무쳐 먹으면 향이 살아난다. 오리엔탈 드레싱이나 레몬즙을 곁들인 샐러드도 훌륭하다.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 A와 C, 칼슘 같은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아 건강에 좋다. 살짝 데쳐서 들기름, 소금, 마늘, 깨로 무쳐도 별미다.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찬물에 헹궈야 초록빛과 식감이 유지된다. 매운탕에 잎줄기를 넣으면 고기 비린내를 잡는다. 여름에는 꽃대와 어린 씨앗도 식용으로, 씨앗은 볶아 반찬이나 차로 즐긴다. 맛은 미나리와 비슷하면서도 강렬한 향과 쌉싸름한 뒷맛이 특징이다. 여름철 입맛을 잃기 쉬운 때 특히 어울린다.
파드득나물은 음지에서 잘 자란다. 뙤약볕보다 그늘진 습한 토양을 선호한다. 봄이면 연둣빛 어린싹이 올라온다. 재배는 어렵지 않다. 씨앗을 뿌리거나 뿌리를 나눠 심으면 되고, 발아율이 높아 몇 포기만 심어도 군락을 이룬다. 화분이나 텃밭에서도 쉽게 자라며, 봄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 여름철 차광망을 씌우면 부드러운 잎을 얻는다. 꽃대가 올라오면 잘라내고 어린잎을 키워 다시 수확할 수도 있다.
약재로서 파드득나물은 압아근, 압아근자, 압아근과로 불린다. 줄기, 뿌리, 열매 모두 약용한다. 독성이 없어 안전하다. 한의학에서는 청열해독과 활혈소종의 효능이 있다고 본다. 폐렴, 폐농양, 백일해, 소변불리, 산기, 옹저, 타박상, 대상포진, 피부 가려움증 등 다양한 증상에 처방된다. 특히 대하증과 갑상선종 같은 여성 관련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하루 9~15g을 달여 복용하거나, 찧어서 환부에 붙이고 달인 물로 씻는다.
파드득나물의 약효는 현대 연구에서도 주목받는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같은 항산화 성분은 암 억제와 피부·점막 보호에 효과적이다. 비타민 C는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해 혈압을 낮추고 혈전을 녹이며,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한다. 중풍이나 마비 증상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두뇌 활동을 활성화해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섭취하기 좋다. 폐와 기관지 건강에도 유익해 고질적인 가래, 기침, 천식, 폐렴, 폐농양 치료에 쓰이며, 가래를 배출한다. 항염증 작용으로 염증성 질환을 완화하고, 대하증과 갑상선종 같은 여성 질환에도 처방된다. 소변을 원활히 배출해 신장 건강을 돕고, 산증 같은 하복부 통증 치료에도 쓰인다.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에도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