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한국 호텔 16층 객실서 발견된 '50cm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6-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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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호텔 16층에서 발견된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
강원도 양양의 한 호텔 16층 객실에서 전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인 아프리카 원산 뱀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당국은 호텔 투숙객이 애완동물로 사육하던 외래종을 무단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쯤 양양군 소재 호텔 16층 객실에서 "뱀이 있다"는 투숙객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객실 내부 창틀에서 노란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구조된 뱀의 정체는 '볼파이톤(Ball Python)'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아 숨는 습성 때문에 '공비단뱀'이라고 불리는 이 종은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 지역이 원산지인 세계적인 멸종위기 보호종이다.

김진열 양양소방서 하조대119안전센터 소방위는 "16층에 뱀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 뱀은 사람이 키우는 뱀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발견된 볼파이톤은 길이 약 50cm, 무게 100g 정도의 개체로 생후 3개월 정도 된 새끼로 추정된다. 성체가 되면 최대 1.5m까지 자라는 이 종은 비교적 온순한 성격과 쉬운 관리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애완용 파충류로 인기가 높다.
볼파이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준위협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2급 관리종이다. 국내에서 사육하려면 환경부 등록과 양도·양수 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키우기 어려워진 애완용 볼파이톤을 무단으로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제주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1.2m 대형 개체가, 2020년에는 제주시 애월읍 수산저수지 근처에서 70cm 개체가 상자에 담긴 채 버려진 채 발견된 바 있다.
현재 구조된 뱀은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다. 김홍철 동 센터 책임연구원은 "멸종위기종으로 레드리스트 준위협종이기도 하고,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 2급으로 관리받고 있는 종"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우리나라 토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밖으로 유기되지 않게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6월 말까지 유기동물 공고를 진행한 후 원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원주지방환경청으로 해당 개체를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래종 애완동물 유기가 국내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볼파이톤과 같은 중대형 육식 파충류의 경우 국내 자연환경에 정착할 경우 토착 생물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생물 보호법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을 무허가로 사육하거나 유기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생물다양성법 위반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당국은 외래종 애완동물 사육 시 반드시 환경부 등록 등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무단 유기를 통한 생태계 교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