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재명 정부에서 국무총리 제안받았다
2025-06-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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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직도 맡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직 수행으로 개인적 만족 얻는 스타일 아냐”
유 전 장관은 24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자신이 이재명 정부의 국무총리 제안을 거절했다는 설이 정치권에서 도는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구상 중에 총리 대상자를 찾는 과정에서 (제가) 검토 대상 중 한 명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정부가) 유시민한테 총리를 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하니까 그다음으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저는 모른다"고 했다. 사실상 총리직을 제안받았다고 밝힌 셈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누군가가 내게) 다시 공직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적 있다"며 "어떤 공직도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권력을 멀리한 것인가'라고 묻자 유 전 장관은 "공직에 있다고 해서 꼭 불행해지는 건 아니다. 이 대통령처럼 공직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 있다"라면서 "그런데 저 같은 스타일은 공직 수행으로 보람을 느끼더라도 개인적 만족을 얻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 비평 활동을 최소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다른 비평가들과 달리 제가 비평을 하면 (다른) 비평가들이 비난을 하고 왜곡한다. 때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도 비판을 받는데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다 보니 (정치 비평이) 되게 부담되는 일이다. ‘왜 나만 유독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 비평으로 인해 양쪽 진영에서 비판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심적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치 비평 활동을 최소화하기로 결심한 계기 중 하나로 유 전 장관은 6·3 대선 막바지에 불거진 '설난영 씨 비하 논란'을 언급했다.
유 전 장관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설 씨의 언행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설씨 비하 논란을 겪으면서) ‘더이상 정치 비평을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원은 아니지만 제가 하는 활동이 민주당 쪽에 늘 도움이 되길 바랐는데 내 마음과 달리 안 그럴 때도 있더라"라며 "그 일을 겪으면서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글을 쓸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되면서 글이 안 써지더라"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설 씨 비하 논란과 관련해 두 그룹의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첫째는 국민의힘 패거리들이다.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후보 진영, 그들을 편드는 언론인들과 비평가들이 공격하는 건 너무 자연스럽다. 두 번째는 여성의전화나 민주노총 같은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다. 이들은 정말로 제가 무의식의 영역에서라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발언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그룹의 동기가 다르다고 봤다. "두 번째 그룹은 신념에 따라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비판한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 국면에서 득표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토록 인권 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페미니즘 공격, 노동조합 비하 등을 해왔던 그들이 이번 논란에서 저를 비판하며 분기탱천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차별금지법도 무난히 통과될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그분들이 앞으로 매사에 그런 경각심과 감성을 유지해 주시면 모든 비난에 대한 보상은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정치 비평을 줄이는 대신 독서와 관련한 활동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책이라는 미디어는 문자 텍스트로 소통하는 매개체다. 유튜브와 달리 책은 저자와 독자 둘이 교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의 장점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거의 전부 담아놓는다"라면서 "문자 텍스트로 받는 정보는 영상보다 더 깊게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가 필수적인 행위는 아니라면서도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재단과 협력해 진행하는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에서 다룰 책 두 권을 소개했다. 하나는 '다시 만날 세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여성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그는 "인생 1회차 계엄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선하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김명인 문학평론가의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다. 1979~80년 계엄을 겪은 저자의 회고를 담았다. 그는 "이 두 책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각 세대의 개염 경험을 공유하며 간접 경험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장관은 독서의 즐거움을 강조하며 "책을 한 권 읽더라도 맛있게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다 잊어버려도 언젠가 살아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이 되고, 내가 읽는 책이 내 생각이 된다"고 햤다.
다만 그는 독서량에 집착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책을 많이 읽는 게 선은 아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 일을 느끼면서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