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떠난다...한국 축구 레전드, 은퇴까지 고심하다 '작별' 선택

2025-06-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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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기성용이 직접 올린 공식 입장문

FC 서울 기성용이 경기 중 슈팅이 빗나가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FC 서울 기성용이 경기 중 슈팅이 빗나가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과 유럽 리그, K리그를 모두 경험하며 한국 축구 레전드로 평가받는 1989년생 현역 베테랑 기성용(36)이 FC 서울과의 결별 과정을 밝히면서 새로운 팀이 포항 스틸러스라고 직접 알렸다.

기성용은 지난 25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FC 서울 팬들께'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과 동행을 마무리하고 포항에서 새 출발 하기로 한 과정을 팬들에게 설명했다. 1028자의 긴 글이었다.

기성용은 "얼마 전, (FC 서울 김기동)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라며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돼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다"라며 FC 서울과 결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FC 서울과 결별을 선택한 베테랑 기성용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FC 서울과 결별을 선택한 베테랑 기성용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기성용은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다'라는 가족과 주위 축구인들의 만류,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더 뛰고 싶은 솔직한 마음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로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기성용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고 힘들어할 FC 서울 팬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러면서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 선수로서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본다"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FC 서울은 제 고향이다. 제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 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하다"라며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다"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골을 넣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기성용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골을 넣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기성용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앞서 FC 서울은 25일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의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라며 올해 말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기성용과의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

기성용은 2006년 FC 서울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1년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뒤 2020년 여름 K리그로 돌아오면서도 FC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에서 올해까지 10시즌째를 보내며 기록한 통산 198경기 14골 19도움을 모두 FC 서울에서 달성했다.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 입단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에서 맞붙는다.

다음은 기성용이 작성해 올린 인스타그램 글 전문이다.

사랑하는 FC서울 팬들께.

안녕하세요, 기성용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을 생각하며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이제 은퇴해야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되어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써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러뜨리는 것이 선수로써 참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물론 노장으로써 이것이 내 욕심인걸까 깊이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싶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선수로써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 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실거고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저도 아직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서울 팬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선수로써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봅니다.

FC서울은 제 고향입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 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습니다.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합니다.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세요!

이런 소식으로 인사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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