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황제들이 입었는데…최고급 섬유 뽑아낸 기적의 '한국 수산물' 정체

2025-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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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쓰였던 황금빛 '시실크(바다비단)' 재현 성공

어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어선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어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어선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국 바다에서 서식하는 수산물 키조개를 활용해 고대 로마 황제들이 입던 최고급 섬유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포항공대는 환경공학부·시스템생명공학과정·융합대학원 황동수 교수,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 환경연구소 최지민 교수 연구팀이 한국 연안에서 서식하는 키조개를 활용해 약 2000년 전에 쓰였던 황금빛 시실크(바다비단)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놀라운 연구 성과다.

이와 관련해 황동수 교수는 연합뉴스에 "구조색 기반 섬유는 변색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친환경 패션 산업과 첨단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키조개 폐기물(부산물) 모습 / 포항공대 제공
키조개 폐기물(부산물) 모습 / 포항공대 제공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포항공대 연구팀은 한국 연안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키조개에 주목했다. 키조개는 (거대 조개인) 피나 노빌리스와 마찬가지로 족사를 이용해 몸을 고정한다. 연구팀은 두 조개의 족사가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전통 시실크처럼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해당 섬유가 왜 황금빛을 띠고 수천 년 동안 색이 바래지 않는지 그 비밀까지 과학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공대 연구팀은 시실크의 황금색은 염료를 써서 만든 것이 아니라 포토닌이란 단백질이 여러 겹 쌓이면서 빛을 반사해 생기는 구조색 현상 때문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 구조색은 비눗방울이나 나비 날개처럼 물질 구조 자체가 색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게 특징이다.

포항공대 연구팀은 단백질 배열이 정돈될수록 구조색이 더 선명해져 수천 년이 지나도 색이 거의 바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동안 버려지던 키조개 족사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섬유로 바꿨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포항공대 연구팀의 해당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어선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어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어선에서 내리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시실크는 바다의 황금 섬유로 불린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황제나 교황 같은 소수 권력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최고급 섬유다. 이 비단은 지중해에 사는 거대 조개인 피나 노빌리스가 바위에 몸을 고정하려고 내뿜는 실인 족사를 이용해 만든다.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고 무게가 가벼우며 내구성이 뛰어나 귀하고 특별한 소재였다. 그러나 최근 바다 오염 등으로 피나 노빌리스가 멸종 위기에 처해 유럽연합은 현재 채취를 금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실크는 박물관 속 유물로 남게 됐다.

키조개는 한국 바다에서 서식하는 대형 패류다.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연안에서 발견된다. 삼각형 모양의 껍데기는 각정 쪽으로 좁아지고 배연은 직선이며 겉면은 평활하거나 방사늑과 인편 돌기가 있다. 내부는 검은색에 가까운 진주광택을 띤다. 크기는 보통 각장 145mm, 각고 200mm, 각폭 100mm이나, 큰 개체는 각고 360mm에 달한다. 조간대에서 수심 30m까지의 이질 퇴적물 속에 잠입해 생활하며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으로 동맥경화와 빈혈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조개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울진군 제공-연합뉴스
키조개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울진군 제공-연합뉴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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