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 부산의 60평 면적에만 서식하는 '초희귀 식물'

2025-06-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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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포지가 전 세계에서 200㎡에 불과한 초희귀 한국 식물

지구상에서 오직 부산에만 존재하는 식물이 있다. 바로 부산꼬리풀이다. 이 희귀한 식물과 함께 멸종위기에 처한 삼백초를 비롯한 부산 지역 희귀식물들의 생존을 책임질 새로운 전초기지가 마련됐다.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화명수목원이 지난 17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부터 '국가 희귀특산식물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국가 희귀특산식물 보전기관 지정은 관련 법률에 따라 국가적 중요성을 지닌 국내 희귀·특산식물의 체계적 수집, 증식, 보전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26일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에 따르면 부산화명수목원은 국립수목원에 보전기관 지정을 신청해 지난 17일 최종 지정을 통보받았다.

수목원은 부산꼬리풀, 삼백초 등 부산에 자생하는 희귀·특산식물의 보전과 생물종다양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꼬리풀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의 부산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매우 귀한 특산식물이다. 2004년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해안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고(故) 이영노 박사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돼 학계에 알려지게 됐다. 종소명 'pusanensis'의 의미가 '부산의'라는 뜻이다. 세계 유일의 부산 고유 식물이라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꼬리풀은 현삼과 꼬리풀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20cm 정도로 자란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해변 환경에 적응해 줄기는 높게 직립하지 않고 비스듬하게 누워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마주나며 두껍고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다. 잎과 줄기에는 흰색의 잔털이 많이 나 있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다닥다닥 붙으며 푸른빛의 자주색을 띤다. 암술은 1개, 수술은 2개이며 열매는 삭과다.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꼬리풀 / 국립생물자원관

2004년 부산의 해안가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개체수가 많지 않다. 현재 자생지 내 분포면적은 약 200㎡(약 60평)이고, 개체군내 성숙개체수가 50여 개체 이하로 나타나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B와 D 기준에 의해 멸종위기종(CR)으로 재조정돼야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산림청 국립수목원, 부산시와 기장군 등이 첫 발견지이자 자생지인 죽성리 일대에 2013년 약 100㎡가량 넓이로 울타리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매년 1차례씩 주기적로 개체 수 변화 등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꼬리풀은 다른 꼬리풀아속에 속하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원줄기 끝에 푸른빛의 자주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리는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해변에 자생하는 부산꼬리풀은 식물체 전체가 옆으로 누워서 자라며, 잎이 가죽질로 두껍고, 화서에 꽃이 매우 밀집하고, 자방에 털이 있는 특징들로 다른 꼬리풀아속 식물과 구분된다.

부산꼬리풀이 속하는 베로니카(Veronica)속은 과거에는 현삼과(Scrophulariaceae)에 속하는 분류군이었으나 최근 피자식물의 계통분류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이 이뤄지면서 질경이과(Plantaginaceae)로 분류계급이 이동됐다. 국내의 꼬리풀아속에 포함되는 식물로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섬꼬리풀을 포함해 구와꼬리풀, 큰구와꼬리풀, 꼬리풀, 산꼬리풀, 긴산꼬리풀, 넓은잎꼬리풀, 봉래꼬리풀, 부산꼬리풀 등이 자생하고 있다.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삼백초는 녹나무목 삼백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식물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 자생한다. 주로 습지나 논밭 주변에서 자란다. 삼백초라는 이름은 잎의 뒷면, 꽃, 뿌리가 모두 하얗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한자로도 ‘三白草’로 표기된다. ‘세 곳이 하얀 풀’이라는 뜻이다. 다년생 초본으로 키가 40~100cm까지 자란다.

삼백초는 오래전부터 한의학 및 동양의학에서 약재로 활용돼 왔다. 중국과 한국의 고대 의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본초강목’엔 맵고 평이하며 독이 없고, 종기와 부기를 다스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등의 효능이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해독과 항염 작용을 하며, 부종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삼백초에는 다양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다. 퀘르세틴, 미퀠리아닌, 하이페로사이드, 루틴 등이 대표적이다. 퀘르세틴엔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이 있다. 알레르기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퀠리아닌은 염증 억제 작용이 뛰어나며, 특히 호흡기 염증 및 비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하이페로사이드와 루틴은 혈관 보호 및 항산화 작용이 있으며, 혈액순환 및 모세혈관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부산 지역에는 이러한 희귀식물들 외에도 단양쑥부쟁이, 정선황기, 제주고사리삼, 한라솜다리, 위도상사화, 홍도서덜취 등과 같이 지역명이 들어간 희귀·특산식물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식물들은 한반도의 고유한 자연환경에 적응 진화해온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유일하고도 독특한 식물로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생물 유전자원이다.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삼백초 / 국립생물자원관

부산화명수목원의 보전기관 지정은 이러한 귀중한 식물자원들의 체계적 보전과 증식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립수목원에서는 부산꼬리풀의 경우 자생지에서 수집된 종자로부터 대량증식에 성공했으며, 복원에 식재할 증식개체의 유전적다양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증식된 개체와 자생집단의 유전다양성을 비교했다. 자생 집단과 증식집단이 유사한 수준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복원사업의 기반이 마련됐다.

부산화명수목원은 앞으로 부산꼬리풀과 삼백초를 비롯한 부산 지역 희귀·특산식물의 현지내·외 보전은 물론 대량증식을 통한 개체수 확보, 자생지 복원, 시민 교육과 홍보 등 다양한 보전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자생하는 부산꼬리풀의 경우 전국 공립수목원에 분양해 현지외 보존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희귀식물 보전 인식도 높일 계획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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