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깍듯하게 고개 숙인 이재명 대통령
2025-06-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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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시정연설] 국힘 의원들에게 농담·악수 건네며 협치 강조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갖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약 20분간 연설하며 여러 차례 야당을 언급하며 예산 증액 요구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짙은 남색 정장에 파랑과 빨강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먼저 악수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출입문에서 단상까지 이어진 통로에서 2열로 도열해 박수를 쳤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연설을 지켜봤다.
연설 중 11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고 미소를 지으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24번, '국민' 15번, '예산' 14번, '성장' 12번 언급하며 30조 5000억 원 규모 추경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야당을 향해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의견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연설 후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로 향했다. 이 대통령이 다가오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어나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진종오·박준태·한지아·강명구 의원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임종득·유용원 의원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학 동문이지만 대선 과정에서 비판적이었던 권성동 의원과는 짧은 대화 후 활짝 웃으며 어깨를 툭 치는 모습을 보였다.
권 의원 등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의원들은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말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초당적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원식 정무수석이 국회, 특히 야당과도 소통하며 협치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협치 기반을 다지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정연설은 임기 3년여간 단 3번의 시정연설에 그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식 후 22일 만에 국회를 찾아 입법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 여대야소 구도를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은 향후 야당과의 소통에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취임 100일 안팎까지 여야가 '허니문' 기간을 갖는 전례를 감안하면 당분간 협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 원 재구성과 관련해 법제사법위원장을 원하는 야당과 수성하려는 여당 간 입장차가 커 입법부 내 갈등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민석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도 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정연설을 통해 보여준 유화적 제스처와 초당적 협력 당부가 실제 정치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