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채 한 번에 10마리까지... 마음만 먹으면 수백마리까지 거뜬
2025-06-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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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신기한 물고기잡이?

전남 해남군 우수영 앞바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의 기적을 일궜던 울돌목 해협에서 매년 봄에서 초여름이면 특별한 광경이 펼쳐진다. 거친 조류와 하얀 물거품이 치솟는 험난한 바다에서 뜰채 하나만으로 숭어를 낚아채는 모습이 그것이다. 24년째 이 바다에서 숭어를 잡고 있는 뜰채잡이꾼 박양호 씨의 손끝에서 매년 '보리 숭어'의 전설이 쓰인다.
5월과 6월 보리 이삭이 패는 무렵 잡힌다고 해서 '보리 숭어'로 불리는 울돌목 숭어를 뜰채로 잡는 모습이 최근 EBS ‘한국기행’에 소개됐다. 울둘목 숭어는 남해에서 서해안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울둘목을 지나간다. 거센 울돌목의 조류를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들은 갯바위 가까이로 붙어 이동하는데, 이때 숭어를 잡을 수 있다.
울돌목의 유일한 뜰채 잡이 꾼인 박양호 씨는 "서해로 가는 길목인 이곳에서 남쪽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서늘한 물을 따라서 먹이를 따라 올라가 서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뜰채로 숭어를 잡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박 씨는 "고기를 봐야 한다. 고기가 어디 오는지 봐야 하고 뜰채 넣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일반인은) 100년 해도 못 잡는다"라며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 판단력이 필요한 작업임을 강조했다. 숭어가 보일 때 뜰채를 넣으면 이미 지나간 뒤이기 때문에 숭어가 올 때를 미리 예측해 뜰채를 넣어야 한다.
박 씨는 뜰채를 한 번 넣어서 올리면 팔뚝만 한 숭어 서너 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많게는 뜰채질 한 번에 10마리까지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루 몇 시간이면 수백마리까지 잡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씨는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 팔 만큼만 잡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이 전통적인 뜰채잡이는 우수영 어민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수돼 오던 고기잡이 방식이다. 진도대교 교각 아래 갯바위에서 물때에 따라 하루 한차례 정도 이뤄진다. 박 씨는 우연히 시작한 숭어잡이의 매력에 빠져 달인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숭어 잡이 기술을 배우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현재 울돌목에선 오로지 박 씨만이 뜰째로 숭어를 잡고 있다.
울돌목 숭어는 눈 부위가 검은 것이 특징이다. 4월 중순부터 초여름인 6월까지 잡힌다. 우수영 숭어는 거센 조류의 울돌목 바다를 거슬러 오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쫄깃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박양호 씨가 잡아온 숭어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서 바로 손질돼 손님들에게 제공된다. 5월까지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이맘때면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부부의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전국에서 몰려온 손님들은 "1년 동안 이거 먹으려고 기다렸다"며 입맛을 다신다.
울돌목 숭어의 또 다른 별미는 기름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숭어 껍질 무침이다.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내는 숭어전은 입안에서 살살 녹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별식은 배초를 넣고 초장에 쓱쓱 비빈 숭어 회무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