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도중 팀 떠나 마음이 무겁다” 갑자기 작별 소식 전한 축구선수
2025-06-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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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 이강희, 오스트리아 명문 클럽 빈으로 간다
경남FC 이강희, 오스트리아 명문 클럽 빈 입단…4년 계약
또 한 명의 한국 축구 선수가 유럽 무대에 오른다. 경남FC의 미드필더 이강희(23)가 오스트리아 명문 클럽 아우스트리아 빈의 유니폼을 입는다.

아우스트리아 빈은 27일(이하 현지시각) 구단 홈페이지에서 "이강희가 경남FC에서 이적한다. 23세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강희는 오늘 메디컬 테스트를 마쳤고, 28일 처음으로 팀 훈련에 참여한다. 2029년 여름까지 계약했다"라고 발표했다.
경남FC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강희 선수와의 동행이 종료됐음을 알려드린다. 이강희 선수가 앞으로도 더욱 높은 무대에서 꿈을 펼쳐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라는 글과 함께 이강희의 인사를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이강희는 "시즌 도중 팀을 떠나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러분의 응원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이적은 아우스트리아 빈이 먼저 이강희에게 관심을 보이며 성사됐다. 지난 17일 경남FC는 아우스트리아 빈으로부터 이강희 영입 의사를 담은 제안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었다. 이적료는 이강희의 바이아웃 조항에 따른 7억원으로 알려졌다.
191cm의 장신인 이강희의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중앙수비수와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특히 공수 양면에서 균형 잡힌 능력을 보여주는 '육각형 미드필더'로 평가받는다.
2001년 8월 태어난 이강희는 신평고를 졸업하고 2020년 수원 삼성에 입단해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원에서는 리그 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고, 2022년 부산 아이파크로 임대 이적하며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리그 18경기, FA컵 1경기 등 총 19경기에 출전했으나 시즌 후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2022년 12월 K리그2 경남FC로 재차 임대 이적한 이강희는 2023년 시즌 36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해 팀 상황에 따라 중앙수비수로도 기용되며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23년 7월 경남FC로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2024 시즌에는 경남에서 리그와 코리아컵을 합쳐 32경기에 출전해 1도움을 기록했다. 2025 시즌에는 이을용 감독의 부주장으로 선임되며 팀 내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13라운드까지 꾸준히 선발로 기용되며 2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2일 수원 삼성전에서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이강희는 20세 이하(U-20) 대표로 1경기(1골), 23세 이하(U-23) 대표로 8경기를 뛰었다. 2019년 AFC U-19 챔피언십 예선에서 U-20 데뷔전과 데뷔골을 동시에 기록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취소되며 U-20 경력을 마감했다. 2024년에는 WAFF U-23 챔피언십과 AFC U-23 아시안컵에 참가해 팀의 우승과 올림픽 도전에 기여했다.
이강희는 구단 홈페이지에 "오스트리아와 빈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긴장되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유럽 무대에 서게 돼 더욱 의욕이 생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첫 번째 목표는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더 높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갖추는 것"이라면서 "경기장 밖에서는 유럽의 생활 방식을 더 많이 배우고 프로선수다운 사고방식을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FK 아우스트리아 빈은 1910년 창단된 오스트리아 축구의 명문 클럽이다. 당초 '비너 아마추어-스포츠페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1926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10번 지구 파보리텐을 연고로 하며, 보라색 팀 컬러에서 따온 '파일헤'(제비꽃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아우스트리아 빈은 오스트리아에서 SK 라피트 빈과 함께 한 번도 강등당하지 않은 두 팀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총 24회 우승을 차지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안 컵에서는 27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1930년대에는 미트로파컵에서 1933년과 1936년 두 차례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1933년 결승에서는 이탈리아의 명문 인터 밀란을 꺾고 당시 유럽 최고의 클럽 대항전 우승을 차지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클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기 중 하나다. 1978년 유러피언 컵위너스컵 결승 진출과 1979년 유러피언컵 준결승 진출 등 유럽 무대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SK 라피트 빈과는 '빈 더비'라 불리는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라이벌 관계는 아우스트리아 빈의 중산층 기반과 라피트 빈의 노동자 계층 기반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의 부상으로 인해 두 빈 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우스트리아 빈은 2013년 13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나 이후 FC 레드불 잘츠부르크 등 다른 클럽들의 부상으로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24-2025시즌에는 리그 3위를 차지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에 참가한다.
빈 구단의 마누엘 오르틀레흐너 단장은 이강희에 대해 "그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 청소년 대표로서 이미 잠재력을 보여줬다. 특히 큰 키와 체격이 인상적이다. 진정한 팀 플레이어를 영입하게 돼 기쁘고 빨리 적응해서 팀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