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사둬야 하나…장마·폭염 시작되자 가격 들썩이고 있는 '식재료'
2025-06-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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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을 강타한 히트플레이션 공습?!
장마와 폭염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여름철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여전히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기상 여건 악화와 계절적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가격은 3천679원으로 지난달보다 16.87% 상승했다. 제철 채소로 꼽히는 열무도 1kg당 2천524원으로 한 달 새 19.34% 올랐고, 적상추 역시 100g당 974원으로 20.99% 상승했다. 이외에도 시금치 가격은 전월 대비 41.33%나 급등해 100g당 954원까지 올라섰다.
물론 모든 품목이 오른 것은 아니다. 오이, 풋고추, 양파 등 일부 품목은 소폭 하락했으나, 전반적인 채소류 가격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지 않았고 정부의 농산물 할인 정책 덕분에 채소 가격이 안정적인 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흐름일 뿐, 향후 기후 변화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장마철이 본격화되고 폭염이 겹치면 채소류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타격을 받는다. 연일 이어지는 강우와 습한 환경, 고온은 잎채소 생육을 저해하고 병해충 피해를 유발한다. 배추나 상추, 시금치, 열무 등은 잎이 녹거나 시들어 상품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산지 출하량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수확 지연과 더불어 침수 피해로 멀쩡한 작물도 폐기되는 사례가 늘면서 실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유통 과정에서 손실도 만만치 않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운송 중 채소 신선도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부패율을 높인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양은 더 줄어들고, 자연스레 가격은 상승한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명한 경제 원리다. 여기에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수요가 겹치면 그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라는 말도 있다. 이상기후와 폭염 등이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흔들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최근 국내외 식품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상 변화가 반복되고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식재료 가격 상승은 음식점과 가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재료비가 오르면 외식 물가는 자연히 인상될 수밖에 없고, 가정에서는 구매량을 줄이거나 대체 식재료를 찾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 행태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다시 유통시장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만든다.
예년보다 빠른 더위와 장마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생활물가와 직접 연결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잎채소류는 기후 변화에 민감한 만큼 앞으로도 가격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아닌, 기후 환경 변화에 따라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