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대승에도 팬들 분노 폭발...기성용 “이런 모습으로 떠나 죄송” 오열
2025-06-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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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야유에도 4-1 대승...장례식 퍼포먼스까지 등장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 이적을 확정한 가운데 펼쳐진 양 팀 간 맞대결에서 서울이 4-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날 대승에도 FC서울 홈 팬들의 격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시즌 21라운드에서 FC서울은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제압했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서울에서만 10시즌을 보내며 팀의 상징이 된 기성용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대한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서울 서포터들은 "김기동 나가"를 연호하며 김기동 감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열성 팬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레전드를 버린 구단. 무능, 불통, 토사구팽 구단 FC서울 장례식'이라는 극단적 표현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로 방어회를 차린 제사상에 향까지 피우며 구단 운영진을 향한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경기 자체는 서울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됐다. 전반 16분 주장 린가드가 루카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은 전반 24분 핵심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팔꿈치 사용으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수적 열세에 빠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서울은 전반 32분 황도윤의 뒤꿈치 패스를 받은 루카스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둑스가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3-0으로 전반을 마감했다. 후반에 들어 포항이 이동희의 헤더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새로 영입한 클리말라가 K리그 데뷔골을 넣으며 서울의 4-1 완승을 확정했다.
이번 승리로 서울은 승점 30점을 기록하며 6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홈에서 석 달 만에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시즌 첫 3골 차 승리라는 의미도 더했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내내 삭막했다. 관중석의 서울 팬들은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에도 제대로 된 응원 대신 김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을 향한 야유를 퍼부었다. 기성용의 등번호 6번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FC서울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기성용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행복했다. 서울로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5년 동안 죄송한 마음이 많았다"며 "이런 모습으로 떠난다는 게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기성용은 "이런 상황이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량적인 측면이 부족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언젠가 할 이별이 조금 더 빨리 다가온 것 같다. 제일 사랑하는 서울이라는 구단이 나로 인해서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은 선수들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뛸 거다. 선수들을 위해서 응원해 주면 나도 편하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마지막 인사를 마친 그는 끝내 눈물을 쏟아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주장 린가드도 이날 경기 직후 기성용과 포옹하며 뜨거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기성용은 구단의 레전드다. 서울에서 기성용의 의미를 잘 안다"며 "어디를 가든 기성용은 서울의 레전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성용의 진심 어린 호소도 팬들의 분노를 완전히 달래지는 못했다. 일부 팬들은 선수단 버스 앞을 막아서는 이른바 '버막' 시위에 나섰고, 이로 인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구단 버스와 팬들의 대치 상황은 김기동 감독이 직접 버스에서 내려 팬들에게 사과한 후에야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성난 팬들을 진정시킨 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팬 간담회에서 모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현 상황에 있어서 충분하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의 반응에 대해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기성용의 이번 이적 결정은 김기동 감독과의 출전 시간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팬들에게는 박주영, 이청용, 고요한 등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들과 잇따라 원치 않는 이별을 겪은 상황에서 또 다른 레전드를 잃게 된 아픔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팬들은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기성용에 대한 대우가 부족했다며, 갑작스런 이적 소식에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