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한 줄 알았는데...대낮 공원에 출몰한 최대 16kg '위험 동물'
2025-06-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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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천적이 없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
한때 탈출한 줄로만 알았던 거북 한 마리가 사실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진 늑대거북으로 확인돼 관할 지자체가 뒤늦게 포획에 나섰다. 최대 16kg에 달하는 이 거북은 강력한 턱과 높은 공격성으로 인해 생태계는 물론 인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 동물이다.

30일 인천시 부평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2분께 “갈산동 인근 공원에 대형 거북이 돌아다닌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연합뉴스 등은 전했다. 공원은 평소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자주 찾는 곳으로, ‘대낮 출몰’에 시민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출동한 부평구청은 인근 유수지에서 탈출한 생태체험용 거북이로 판단해 일단 해당 개체를 유수지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후 이 거북이가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늑대거북’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당직 민원을 처리하는 민간 위탁업체가 실수로 방사 조치를 했다"며 "주변 탐색과 포획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매체 등에 말했다.

국내 천적 없어…물리면 ‘큰 상처’ 입을 수도
늑대거북은 북미 원산의 외래종으로, 등딱지 길이만 최대 40㎝, 체중은 성체 기준 16㎏에 이를 수 있다. 꼬리도 길고, 목과 머리는 두껍고 튼튼하며, 무엇보다 입 주변에 강한 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한 번 물리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육식성인 늑대거북은 어류와 양서류는 물론 소형 포유류, 조류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공격성과 포식성이 높다. 국내에는 천적이 없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분류된다. 특히 물가 생물 중에서는 ‘악어 다음’으로 위험한 존재로 꼽힌다.
보통 저수지, 하천, 습지 등에 서식하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어귀까지도 진출할 수 있다.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육지로 올라와 한 번에 20~40개의 알을 낳는다. 이처럼 번식력도 강해 생태계 내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무시무시한 생물”...일반인 접근 금물
최근 들어 유튜브 등 SNS를 통해도 늑대거북 관련 목격담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동물 전문 유튜버인 정브르는 지난 2023년 '실제 상황) 심각하네요. 우리나라 하천에서 잡힌 늑대거북이 이 정도 크기면 뉴스감 아닌가요' 라는 영상에서 한 시민이 훌치기 낚시 중 거대한 개체를 포획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무게는 약 10㎏에 달했고, 정브르는 “플로리다 등지에선 늑대거북에게 발가락이 잘리는 사례도 있다”며 절대 맨손 접근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늑대거북을 포함한 일부 외래종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학술 연구나 교육 목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입, 사육, 방사, 유통 등이 전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버려진 반려생물의 그림자
이번 인천 사례 역시 반려동물로 키우던 늑대거북이 무단 유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는 “관상용 외래생물을 방생하거나 버리는 행위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육 중단 시 반드시 적법 절차를 거쳐 인계·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브르 역시 영상에서 “서울 불광천부터 제주도까지 늑대거북 목격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생물들도 한때는 사랑받던 반려동물이었을 텐데, 무책임한 유기 끝에 ‘위험 생물’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명도, 생태도, 함께 지켜야”
늑대거북처럼 잠재적으로 위험한 외래종이 우리 일상과 불과 몇 발짝 떨어진 장소에서 출몰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생명에 대한 무책임한 소유와 유기, 그리고 이에 따른 생태계의 불균형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