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판권문제 해결되고 넷플릭스에 풀리자 곧바로 '톱4' 오른 한국영화

2025-06-30 11:34

26년 만에 되살아난 전설의 블록버스터

넷플릭스에 전격 공개된 한국 영화 한편이 다시 한번 기념비적인 역주행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영화의 정체는 바로 레전드 작품으로 평가되는 '쉬리'다.

1999년 개봉작인 이 영화는 공개된 지 26년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영화' 순위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30일 오전 기준 이 영화는 톱10 랭크에서 4위를 차지했다.

'쉬리'는 한국 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 작품이다.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고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이 주연을 맡아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평가받는다. 남북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남파 간첩과 국가 정보기관 사이의 첩보전을 액션과 멜로로 풀어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작비(약 24억~31억 원)가 투입됐고, 컴퓨터 그래픽과 실감나는 총격·폭파 장면 등으로 한국 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

줄거리는 남한 정보기관 요원 유중원과 그의 약혼녀로 신분을 위장한 북한 특수 8군단 저격수 이방희 사이의 비극적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남파 간첩 박무영 일당이 액체폭탄 CTX를 탈취해 남북 간 테러를 시도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남한의 요원들과의 긴박한 첩보전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유중원은 약혼녀가 실제로는 적국의 저격수였다는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되고, 이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 제목인 '쉬리'는 한반도 고유 담수어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극 중 북한 특수작전의 암호명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닌 남북 간 분단 현실 속 인간적 고뇌와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쉬리'는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메시지를 품고 있었고, 국내 관객은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국 600만 명, 서울 2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넘어섰고, 백상예술대상 대상, 청룡영화상 감독상 등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다. 일본, 미국, 호주, 프랑스 등 20여 개국에 수출되며 한류 영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쉬리'는 오랜 시간 동안 디지털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영화였다. 이유는 판권 문제였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영화 산업에서 철수한 삼성영상사업단이 '쉬리' 투자 및 배급을 맡았는데, 이후 판권 관리 주체가 사라지면서 유통권한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판권이 제3자에게 넘어갔는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IPTV나 넷플릭스, 유튜브 등 어떤 플랫폼과도 유통 계약이 체결되지 못했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저작물 정보에도 '쉬리' 저작자 정보가 공란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년간 국내 모든 OTT·VOD 플랫폼에서 볼 수 없었던 '쉬리'는 최근 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며 마침내 대중 앞에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판권이라는 굴레에서 풀려난 '쉬리'는 이제 다시 대중의 선택을 받을 자격을 갖춘 채 당당히 국내 넷플릭스 톱4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