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검찰의 장례를 치를 장의사”라던 임은정 검사,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승진
2025-07-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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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 간부 인사 낸 법무부
검찰 개혁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던 임은정(51·30기)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승진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1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내며 "이번 인사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고검장급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노만석(55·사법연수원 29기)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53·29기) 서울북부지검장이, 법무부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성상헌(52·30기) 대전지검장이 인사 발령을 받았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최지석(50·31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맡게 됐다.
서울동부지검장에는 임은정(51·30기)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장에는 김태훈(54·30기)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임명됐다. 공석이었던 광주고검장은 송강(51·29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승진 발령됐다. 김수홍(48·35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과 임세진(47·34기) 법무부 검찰과장은 자리를 맞바꿨다.
이날 법무부 발표에서 임 신임 지검장의 인사는 특히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7월 임 지검장은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현해 자신을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면서 검찰의 희망을 본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검찰의 희망이 아니라 희망이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2012년도에 투쟁을 시작할 때는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검찰을 고칠 시기는 지난 것 같고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의 역할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임 검사장은 2001년 사법연수원 30기를 수료한 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하며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 일명 '도가니 사건'의 1심 공판검사로 주목받았고, 검찰총장 표창을 받는 한편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행보는 검찰 내부 질서에 도전하는 이례적 선택들로 전환된다.
2012년 9월 '민청학련 사건' 재심 재판에서 당시 박형규 목사에게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12월에도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6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의 재심 공판에서 임의로 무죄를 구형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일로 법무부는 임 검사장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그는 곧바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결국 2017년 대법원이 해당 징계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임 검사장의 소신 구형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임 검사장은 검찰 내부 개혁을 주장하며 날을 세우는 목소리를 이어왔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이 일자, 그는 오히려 검찰 조직의 문제를 지적하며 "검찰이 재소자 인권을 침해하고 진술을 조작했으며, 법정을 연극 무대로 삼아 사법 정의를 조롱했고, 조직적 범죄를 은폐해왔다"고 공개 비판했다.
또한 그는 2021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방해 의혹을 받은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의 감찰 권한을 회피하고 측근들을 감싸기 위해 민원을 대검 인권부로 이관했다는 점을 폭로한 바 있다. 해당 의혹은 임 검사장이 당시 대검 감찰연구관으로서 직접 감찰을 담당하려 했으나, 윤 전 총장이 이를 막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검찰 폐쇄성과 권위주의적 문화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 합류해 검찰개혁 과제를 맡았다. 지난달 16일부터 국정기획위에 참여한 임 검사장은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구조 개편 논의에 나서며, 과거 내부에서 제기했던 문제의식을 제도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