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큰 영화”~화순 청풍초 아이들이 만든 50분의 기적
2025-07-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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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배우가 되는 영화…김대중 교육감 특별출연으로 감동 더해
장편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와 김대중 교육감의 약속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화순 청풍초등학교가 다시 한번 감동의 무대에 오른다.
전교생이 함께 만든 세 편의 단편영화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장편영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목은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러닝타임은 50분, 학생 영화로는 보기 드문 본격적인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학교 교육을 넘어,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 주민과 화순군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영화는 청풍초와 인근 마을, 폐광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된다.
학생들은 배우이자 스태프로 활동하며, 선생님들도 함께 출연해 극 중 연기를 펼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 그는 지난해 열린 ‘전남 작은학교 영화·영상제’에서 청풍초 어린이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특별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 속 그는 따뜻한 카리스마의 음악 선생님으로 등장해, 학생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로 분한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도 배우 데뷔작이 된다.
◆탄광의 기억, 아이들의 성장…그리고 화순의 이야기
영화는 독특한 상상력과 따뜻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손녀와 함께 청풍초에 전학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화순탄광 탐방을 둘러싼 갈등과 해프닝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잊혀진 지역의 기억을 배우며 성장한다. 폐광의 아픔과 광부들의 희생, 지역의 역사적 무게를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조명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다시 묻는 질문을 던진다.
연출은 화순 출신 박기복 감독이 맡았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과 더불어 어린이·청소년 영화 교육에도 힘써온 인물이다. 이번에도 ‘원스톱’ 제작 방식을 통해 기획, 교육, 연출, 촬영을 하나의 과정으로 엮었으며,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제작 시스템을 구현했다.
박 감독은 “지역이 살아남는 길은 결국 창의성과 교육”이라며 “지속적인 영화 제작이야말로 지역을 세계와 연결하는 통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영화가 작은학교 활성화와 인구소멸 대응의 실질적인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는 오는 7월 말 촬영을 마무리하고, 학교와 지역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뒤, 12월 개최 예정인 제2회 전남 작은학교 영화·영상제에 공식 출품된다. 이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영화제를 향해 도전할 계획이다.
작지만 단단한 도전. 청풍초 아이들의 영화가, 화순이라는 마을의 이름을 더 멀리, 더 따뜻하게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