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천적인데…전반에만 8골 터트리며 '10-0' 대승 거둔 나라

2025-07-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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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 한국이 한번도 꺾지 못한 축구계 강호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국제 무대에서 10-0 대승을 거둔 축구 대표팀에 눈길이 쏠렸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타지키스탄 두샨베 파미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첫 경기에서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홈팀 타지키스탄에게 10-0 완승을 따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북한의 독무대였다. 전반 9분 김경영이 헤딩골로 문을 열면서 골잔치가 시작됐다. 이후 홍성옥과 리학을 비롯한 북한 선수들이 차례로 골망을 흔들며 전반전에만 8골을 쏟아냈다. 타지키스탄은 북한의 거센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경기 전반부터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모습이었다.

북한은 후반전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추가로 2골을 더해 최종 스코어 10-0을 완성하며 예선 첫 경기를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북한은 대량득점과 함께 무실점을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AFC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경기 결과에 주목했다. "아시안컵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경력을 보유한 북한이 타지키스탄을 상대로 10-0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타지키스탄을 10-0으로 대파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 AFC 여자 아시안컵 공식 인스타그램
타지키스탄을 10-0으로 대파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 AFC 여자 아시안컵 공식 인스타그램

사실 이번 10골 대승도 북한 여자축구 역사상 최고 기록은 아니다. 북한은 2001년 싱가포르를 24-0으로 완파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 여자축구 사상 가장 큰 점수 차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북한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와는 차원이 다른 위상을 자랑한다. 남자대표팀이 FIFA 랭킹 118위로 중국(94위)보다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여자대표팀은 현재 FIFA 랭킹 9위에 올라 있다. 미국,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7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북한 여자축구의 국제대회 성과도 화려하다.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3차례 정상에 올랐고, 아시안게임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도 각각 3번씩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시아 여자축구계의 전통 강호로 꼽히는 북한 축구대표팀 / 뉴스1
아시아 여자축구계의 전통 강호로 꼽히는 북한 축구대표팀 / 뉴스1

하지만 북한축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제재를 받아 국제대회 참가가 제한되기도 했다.

약 5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제무대에 복귀한 북한 여자축구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여전한 실력을 입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연령별 대표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

북한의 강력한 복귀는 한국 여자축구계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은 지난 대회 준우승으로 이미 2026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지만, 북한과의 맞대결에서는 극도로 불리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 간 역대 전적은 21경기에서 한국이 1승 4무 16패로 절대적 열세다. 한국이 북한을 꺾은 유일한 승리는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의 1-0 승리가 전부다. 이후 20년간 한국은 북한에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북한이 말 그대로 한국 여자축구의 '천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FIFA 랭킹에서 한국 여자축구는 21위로, 9위인 북한과는 12계단 차이가 난다. 한국 역시 아시아에서는 상위권에 속하지만 북한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본선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팀인 중국, 3위를 차지한 일본, 개최국인 호주가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북한까지 본선에 진출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더욱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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