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과일인데... 이 과일 때문에 난리 난 사연

2025-07-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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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들 “생존권 위협하는 조치” 강력 반발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의 카드로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 사과 농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33년간 막혀있던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가 거론되자 사과 생산자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과일은 원칙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다. 한국에 수입이 허용된 생과일은 감, 포도, 키위, 자몽, 레몬, 두리안, 체리, 석류, 멜론, 파인애플 등 31개국 76개 품목뿐이다. 사과, 배, 복숭아, 수박 등을 수입하지 않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거세자 비관세장벽 중 하나인 농산물 검역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93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했지만 33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등 11개국이 사과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했으나 검역을 통과한 곳은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사과 생산량 2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연간 사과 생산량은 한국의 10배를 훌쩍 넘는 542만 6500톤에 이른다. 전 세계 수출량은 90만 톤에 육박한다.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미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사과는 갈라(Gala), 허니크리스프(Honeycrisp),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 골든 딜리셔스(Golden Delicious), 레드 딜리셔스(Red Delicious) 등이다.

갈라(Gala)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아삭아삭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질감, 줄무늬나 얼룩덜룩한 주황색 또는 붉은색 외관을 지닌 사과 품종이다. 1930년대 뉴질랜드에서 유래됐으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종 중 하나다.

허니 크리스프는 후지(부사) 계열의 품종으로, 후지 사과보다 추위에 잘 견디도록 개량됐다.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하며, 새콤한 맛이 더 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추운 지역 재배를 위해 개발된 품종으로 신맛과 단맛, 수분감, 아삭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징이 있다.

그래니 스미스는 초록빛을 띠는 사과로, 단단하고 시고 떫은 맛이 강하다. 한국에서 파는 아오리사과는 새콤달콤한 맛이 잘 어우러진 반면 그래니 스미스는 단맛은 적고 신맛이 강한 편이다.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애플파이 등 베이킹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한국산 사과와 미국산 사과는 맛과 식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산 사과는 달콤새콤하고 아삭한 식감을 중시하는 데 반해 미국산 사과는 품종에 따라 더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며 신맛이 강한 경향이 있다. 그렇더라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후지 계열을 재배하고 있기에 맛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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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에 따르면 미국산 만생종 후지사과의 도매가격은 kg당 4500원이다. 현행 관세율 13.5%를 적용하면 5100원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 사과의 도매가격 8500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후지 품종을 제외한 사과의 대미 관세율은 0%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국산 사과가 크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사과 생산자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사과연합회와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산 사과 검역 완화 검토 철회, 미국과 통상 협상에서 사과 등 주요 농산물 협상 대상에서 제외, 한국 사과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산 기반 확충과 연구 개발, 유통 지원 등 종합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사과는 국내 과일 생산량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며, 노지 과수원의 2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대표 농산물"이라며 "한국 대표 과일을 희생물로 삼는 어떠한 구상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는 사과 농가 생존권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사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통상 압력을 이유로 국민 대표 과일을 협상 카드처럼 활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사과 농장 / 'Tony 98 - Discovery'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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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회도 미국산 사과 수입 추진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주산지로 청송, 영주, 안동을 중심으로 도내 약 1만 8000여 농가가 1만 9000ha를 재배하고 있다. 총생산액 기준으로도 전국 1조 3769억 원 중 8247억 원으로 6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사과 산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경북 사과 주산지 시장·군수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과 농가들의 생존권을 국가 정책의 협상 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최근 유례없는 산불로 1560ha의 사과원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산업통상부의 이러한 결정은 산불로 집과 생계 수단을 잃은 농업인들의 삶의 의지를 꺾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경사과원예농업협동조합도 항의문을 통해 "국내 사과재배 농가는 7만여 호에 달하며 최근 사과 농업인들은 인건비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해 사과산업은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국산 사과 수입 조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과수 농업인들의 좌절과 분노를 자아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도 미국산 사과 수입의 신중한 접근과 농업 보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농업의 가치를 지키고 국민의 먹거리 주권을 수호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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