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바다에 대량 출몰한 이 동물... 식용 가능하지만 굳이 퇴치하는 이유

2025-07-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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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유해조수로 지정... 독성 낮지만 퇴치가 경제적?

전남 고흥군이 득량만 일대에서 보름달물해파리 구제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흥군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해파리 모니터링 결과 득량만 해역에서 헥타르당 최대 2000개체의 보름달물해파리가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고흥군은 1억4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어선 58척을 동원, 절단망과 분쇄기 처리 방식을 활용한 구제 작업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전남 남해안에 해파리 예비주의보가 발령되자 고흥군은 해양수산부, 전라남도, 어업인과 함께 전국 최초로 ‘2025년 해파리 대량 발생 재난대비훈련’을 실시해 대응 체계를 점검하기도 했다.

보름달물해파리는 한국 연안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해파리 중 하나다. 기구해파리목 느릅나무해파리과에 속한다. 둥글고 투명한 외형이 보름달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해파리는 주로 표층에서 수심 2m 이내에 서식하지만, 야간에는 수심 10m에서도 발견된다. 4월 말부터 출현해 11~12월까지 관찰된다. 특히 여름철 고수온기에 대량으로 나타난다. 아침 해변에서 썰물에 떠밀려온 해파리들 중 상당수가 이 종이다. 우산 직경은 약 15cm, 촉수는 2~3cm로 다른 해파리에 비해 짧다. 독성은 약해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지만, 대량 발생 시 어업과 해양 시설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보름달물해파리는 집단으로 서식하는 습성 때문에 어업에 피해를 끼친다. 그물에 대량으로 유입돼 어획량을 줄이고 잡힌 고기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원자력발전소의 취수구를 막아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이 종을 유해조수로 지정했다.

느린 속도로 유영하며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이 해파리는 암반 조하대나 고형물체 표면에 폴립 형태로 부착돼 번식한다. 폴립을 구조물에서 제거하면 생존하지 못해, 이를 통해 대량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식용 가능성과 다양한 활용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를 주로 퇴치 대상으로 삼는다. 이 해파리는 독성이 약해 식용으로 적합하다. 쫄깃한 식감으로 젓갈이나 기타 요리로 가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노무라입깃해파리와 함께 식용 자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입증됐다. 콜라겐 함량이 높아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로도 개발되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외형과 간단한 사육 방식 덕분에 아쿠아리움에서 전시되거나 바다거북 및 다른 해파리의 먹이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독성이 없는 보름달물해파리에 한해 개인 사육 키트도 판매되며, 브라인 쉬림프를 먹이로 키울 수 있다. 수명은 2~10개월로 짧은 편이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를 활용하기보다 퇴치에 집중하는 것일까.

첫째, 대량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다. 해파리는 어업 그물을 손상하고 어획량을 줄여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높은 개체 밀도는 관광객 안전도 위협할 우려가 있다.

둘째, 한국의 식문화에서 해파리는 아직 낯선 식재료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해파리를 젓갈이나 샐러드로 먹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대중화할 인프라와 수요가 부족하다.

셋째, 구제 작업이 즉각적인 피해 방지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절단망과 분쇄기를 활용한 제거 방식은 해파리 개체 수를 빠르게 줄여 어업 피해와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보름달물해파리 / 연합뉴스

넷째, 해파리 가공 및 유통을 위한 기술과 시설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보름달물해파리를 식용으로 이용하려면 대량 탈수시설과 같은 전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식용이나 산업적 활용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집, 유통 체계가 필수다. 현재는 구제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해양수산부는 보름달물해파리 출현을 관리하기 위해 예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남과 경남 해역에서 주의단계 특보를 발령하며 집중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해수욕장에서는 차단망 설치와 안내방송으로 쏘임 사고를 예방한다.

수온 상승과 플랑크톤 증가, 해류 변화는 해파리 대량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출현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올해 초 저수온 현상으로 출현이 지연됐지만 최근 수온이 크게 오르며 개체 수가 급증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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