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서울 바로 옆에서 현재 시험 재배 중인 생각도 못한 과일의 정체

2025-07-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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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바꾸는 한국의 '과일 지도'

기후변화가 한국의 '과일 지도'를 바꾸고 있다. 최북단 접경 도시인 경기 포천시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대체 소득작목을 발굴하고자 아열대 과수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한 농업 실험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 한국 농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최북단 접경 도시인 경기 포천시     감귤을 시범 재배 중이다. / 포천시 제공
최북단 접경 도시인 경기 포천시 감귤을 시범 재배 중이다. / 포천시 제공

‘경기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3’에 따르면 한국 서북부에 위치한 경기도의 연평균 기온(2000~2019년)은 12.2도로 한국 연평균 기온(12.6℃)보다 0.4도 낮다. 특히 포천의 연평균 기온은 10.6도로 연천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가장 낮다. 이런 곳에서 아열대 과수 재배를 시도한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포천시는 연동형 하우스를 보유한 시내 농가를 대상으로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의 기술 지원을 받고 총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0.5ha 규모의 시설에서 하례조생 품종의 감귤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96% 이상이 도입 품종인데, 하례조생은 한국 1호 감귤이다. 다른 감귤보다 당도는 1브릭스가량 높고 신맛은 20% 낮은 품종이다. 더 달고 덜 신 귤인 셈.

하례조생 감귤 / 농촌진흥청 제공
하례조생 감귤 / 농촌진흥청 제공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기온 상승은 이미 농업 분야에서 뚜렷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지난 30년간 약 1.2도 상승했다. 특히 겨울철 기온 상승폭이 크다. 이로 인해 과거 아열대 기후에서만 자랄 수 있었던 작물들이 점차 북상하며 재배 가능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포천시의 이번 시범사업은 이러한 기후변화 현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배, 포도, 사과 등 온대 과수에 의존해왔던 경기 북부 지역 농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농업 중심 도시인 포천의 아열대 과수 재배 성공 여부는 경기 북부는 물론 강원도 등 인근 지역의 농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사업은 북부 지역의 기후 여건에서도 감귤 재배가 가능한지 실증하고 생육 특성에 대한 기초 자료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배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향후 대규모 상업적 재배를 위한 기반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감귤은 일반적으로 연평균 기온 15도 이상, 겨울철 최저기온 영하 3도 이상의 조건에서 재배되는데, 포천시의 기후 조건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시설 재배를 통한 환경 제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 농장에는 에너지 절감과 생육 안정화를 위해 지중 배관, 공기 순환 팬, 상하 이동식 안개 분무 시설 등도 설치됐다. 지중 배관은 토양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겨울철 저온 피해를 방지하고, 공기 순환 팬은 시설 내 온도 편차를 줄여 균일한 생육 환경을 조성한다. 상하 이동식 안개 분무 시설은 습도 조절과 함께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한국 농업의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포천시에서 감귤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환경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농업 기술 발전 측면에서도 시범사업은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시설 재배 기술, 품종 개량 기술, 환경 제어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적용되는 실증 사례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축적되는 기술과 경험은 향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다.

포천시는 유관 기관과 협력해 시설 관리부터 재배, 수확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기술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르면 2027년 시범사업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아열대 과수의 재배 가능성과 재배 환경 조성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장 재배 경험과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기술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감귤 / 제주도 제공
감귤 / 제주도 제공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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