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장당 0.7장…위조지폐는 줄었는데 왜 5천 원에서 '자주' 발견될까
2025-07-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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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48장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48장. 1억 장당 0.7장꼴로, 주요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많이 적발된 건 5천 원권이었다. 과연 그 이유는 뭘까.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위조지폐 발견 현황’을 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유통 과정에서 확인된 위조지폐는 48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다. 위조지폐는 한국은행의 화폐 취급 과정이나 금융기관 창구 및 수납 과정에서 발견됐다.
한국은행은 “위조지폐 비율이 1억 장당 0.7장으로 영국(1977장), 유럽연합(1866장), 캐나다(757장), 일본(16.5장) 등 주요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대면 상거래 감소, 전자지급수단 확산, 국민들의 위폐 식별 능력 향상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위조지폐 중 가장 많이 적발된 건 1만 원권이었지만 5000원권 역시 14장이 발견돼 5만 원권(11장)보다 많았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는 기번호 ‘77246’이 포함된 구권 위조지폐였다. 이 번호는 2013년 6월 붙잡힌 대형 위조범이 사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10년 전 제작된 위폐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뿌려진 위폐가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 위조범은 컴퓨터 디자인을 전공한 30대 남성으로, 2005년 당시 위조방지 기술이 허술했던 구형 오천원권 지폐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정교한 디자인 기술을 이용해 무려 5만 여 장을 위조해 유통시켰고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억 5000만 원에 달했다.
당시 위폐는 해마다 수천 장씩 시중에 풀렸다. 2005년 한 해에만 4775장이 유통됐고 이후에도 2006년 6455장, 2007년 6461장, 2008년엔 무려 8667장이 발견됐다.
위조범은 8년에 걸친 추적 끝에 2013년 검거됐지만 이 위조지폐는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적발된 5천 원권 위폐 14장도 모두 과거 제작된 구권에서 나왔다”며 신권(2006년 1월 발행된 개정판)에서는 위조지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조지폐 범죄는 드물지만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5만 원권 지폐를 가정용 복합기로 위조해 실제로 사용한 혐의로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컬러레이저 복합기를 이용해 5만 원권 앞면을 복사하고, 뒷면은 색상과 크기가 비슷한 모조지폐(일명 ‘오만관’)로 위장해 지폐처럼 만든 뒤 총 20장을 제작했다.
A 씨는 “아이들과 은행놀이를 하려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위폐 일부가 실제 택시요금 결제 등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통화의 위조는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위조지폐를 실제로 사용했고,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현행법상 통화의 위·변조 행위는 중대 범죄로 간주돼 엄격하게 처벌된다. 형법 제207조에 따르면, 돈으로 사용하기 위해 화폐를 위·변조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위·변조된 화폐를 취득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제208조), 이를 사용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제210조)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