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에어컨 ‘이 부분’ 확인하세요…12분 만에 화르르 다 탔습니다
2025-07-12 07:58
add remove print link
멀티탭 과부하, 불의 씨앗이 되다
최근 부산에서 어린이 4명이 안타깝게 숨진 두 건의 아파트 화재가 멀티탭 과부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불길은 거실 에어컨에서 시작되었으며, 모두 멀티탭이 불씨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복되는 유사 사고에 대해 부산시 소방재난본부는 화재 원인을 직접 검증하기 위한 실증 실험에 나섰다.
실험은 지난 10일 부산 연제구 훈련탑 앞에서 진행됐다. 목표는 단 하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멀티탭이 어느 조건에서 위험 수위에 도달하는지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장비는 소비전력이 높은 에어컨과 정격전류가 다른 멀티탭이었다.
🚨 에어컨-멀티탭 실험…12분 만에 ‘불꽃’ 튀었다
첫 실험에서는 정격전류 10A(암페어) 멀티탭에 소비전력 2800W 에어컨 한 대를 연결했다. 이때 흐른 전류는 13.4A. 실험 시작 19분 뒤 멀티탭 전선 온도는 70도까지 치솟았다. 에어컨 두 대를 동시에 연결하자, 전류는 더 커졌고 21분 만에 전선 온도는 100도에 도달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실험이 이어졌다. 같은 조건에서 멀티탭 전선을 모아놓고 그 아래에 천 조각을 배치했다. 불과 12분 만에 전선 온도는 180도를 찍었고, 스파크가 튀며 천에 불이 붙었다. 실내 전기제품 사용 중 가장 흔한 형태의 배치가 단 몇 분 만에 실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 ‘대용량’ 멀티탭도 예외 아냐…조건 따라 위험
전류에 강하다는 대용량 멀티탭도 안전하지 않았다. 정격전류 16A 제품에 12A의 전류를 흐르게 했을 때, 전선 온도는 19분 만에 61도까지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정격 내 전류지만, 전선이 둘둘 말리거나 환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열이 축적되며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반면 벽면에 직접 설치된 콘센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정격전류 16A 콘센트에 25A라는 무리한 전류를 흐르게 했을 때도 온도는 32도에서 41도 사이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소방당국은 전자기기 중 소비전력이 큰 제품은 가급적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부산 화재,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
최근 벌어진 두 건의 비극적인 화재 모두 멀티탭이 불씨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화재로 어린 자매가 숨졌다. 앞서 지난달 24일 부산진구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고, 이 역시 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 ‘묶인 전선’도 위험…정격의 60%만 써야 안전
전문가들은 멀티탭의 정격전류만 믿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동진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울산본부 점검부장은 “멀티탭 전선을 둘러놓거나 묶어두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에는 정격전류의 60% 정도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각 가정에서 전자기기의 소비전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제품에 맞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지금 확인해야 할 것…멀티탭, 제대로 쓰고 있나
소방당국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소비전력이 높은 전자기기는 반드시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할 것. 멀티탭을 써야 한다면 정격전류가 충분히 큰 제품을 사용하고, 전선이 꼬이거나 먼지가 쌓인 상태로 방치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할 것. 손상이 있거나 오래된 멀티탭은 과감히 교체하는 것이 화재 예방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