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서 사망한 지 20일 된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 발견
2025-07-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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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각종 독촉장과 단전·단수 알리는 우편물 나와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숨진 지 20여 일이 지난 뒤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생활고 끝에 고립된 채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3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서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방 안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집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시신 상태를 근거로 이들이 지난달 중순쯤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외상이나 타살 흔적은 없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대신 각종 독촉장과 단전·단수를 알리는 우편물이 다수 발견됐고, 이들의 경제적 사정을 짐작케 하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비극은 대전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전북 익산시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60대 여성이 추락해 숨졌고, 이 여성의 자택에서 2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모녀가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병원비와 생활비가 더 이상 감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가 발견됐다. 딸은 이미 한 달여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어머니가 딸 시신과 함께 지내다가 끝내 극단 선택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모녀는 한때 기초생활수급자였으나 큰딸이 일시적으로 취업하면서 가구 소득이 기준을 초과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끊겼다. 이후에도 다시 수급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주의’ 원칙 때문에 급여는 재개되지 않았다. 신청주의란 정부의 복지 제도나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원칙을 뜻한다. 숨진 어머니는 생전에 딸의 병원비 200만 원가량을 감당하지 못해 큰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단전·단수, 통신비 체납 등 47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해 위험 가구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익산 모녀의 경우 체납 기록이 없어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았다. 지자체 현장 공무원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까지 세심하게 살피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구에 대해선 공무원의 직권 신청 권한을 확대해 본인 동의 없이도 긴급한 경우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청주의에만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에서 숨진 모자 또한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에서 버티던 이들은 결국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