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껍질에 묻은 농약, 식초나 베이킹소다로 제거? 헛짓입니다
2025-07-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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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소다로 과일 표면 문질러야... 껍질 깎아 먹는 게 최선
신선한 과일을 식탁에 올리는 것은 건강한 식단의 기본이다. 겉으로 보기에 신선해 보여도 농약이나 유해 물질, 심지어는 세균과 곰팡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지식한상’ 유튜브 채널에서 제시한 올바른 과일 세척 및 보관법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과일과 채소에서 농약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많은 사람이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사용해 농약을 제거하려고 한다. 물에 식초 몇 방울이나 베이킹소다 한 스푼을 넣고 과일을 문지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이런 방법으로는 농약 제거 효과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식초나 베이킹소다로 농약을 제거하려면 10% 이상 고농도의 용액을 사용해야 한다. 그마저도 농약을 50~70% 정도만 제거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초는 농도가 낮아 효과가 미미하다. 게다가 연한 잎채소나 사과 같은 과일을 진한 식초에 20분 이상 담가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특히 사과처럼 표면에 왁스 코팅이 된 과일은 농약 제거가 더 어렵다. 왁스는 식용이지만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문제는 왁스 코팅 아래에 농약이 갇혀 물이나 식초로는 제거가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이광렬 교수는 워싱소다를 추천한다. 워싱소다는 물에 잘 녹지 않아 치약처럼 끈적한 질감을 띤다. 이를 수세미에 묻혀 과일 표면을 문지르면 왁스 코팅과 그 아래 묻은 농약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워싱소다는 마모제 역할을 하며 몸에 무해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후 흐르는 물로 헹구면 된다.
농약 제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이 교수는 농약을 완전히 피하고 싶다면 과일 껍질을 깎아 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껍질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하지만 과일 속에도 충분한 영양소가 들어 있으니 껍질을 먹지 않아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이 방법은 특히 농약 섭취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이다.
유기농 과일과 채소라고 해서 세척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유기농이라고 농약이 전혀 없다는 보장은 없다. 공장 지역이나 도로 근처에서 재배된 채소라면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발암물질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물질은 잎 표면에 달라붙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기농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과일과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것이 기본이다. 배추 같은 잎채소는 바깥쪽 잎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로 세척하면 농약이 거의 남지 않는다. 자라는 과정에서 바깥쪽 잎이 농약을 막아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나 자연 분해로 농약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균과 곰팡이 관리도 중요하다. 과일이 멍들거나 곰팡이가 생겼을 때 보이는 부분만 도려내고 먹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이런 행동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멍든 부분이나 곰팡이가 보이는 곳은 세균이 이미 깊숙이 침투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사과의 경우 멍들었을 때는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세 배 정도 더 깊게 파내야 세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곰팡이 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퍼져 있어 상한 부분만 제거하고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노약자는 소화 기능이 약해 세균이나 곰팡이에 더 취약하다. 따라서 상한 음식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보관법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교수는 바나나, 복숭아, 아보카도, 감자 같은 과일과 채소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상온에 보관하라고 조언한다. 이들은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 숙성 과정이 멈춰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 반면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냉장 보관이 필수다. 하지만 같은 냉장고에 과일과 채소를 함께 보관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키위나 바나나 같은 과일은 에틸렌 가스를 방출해 주변 채소나 과일을 빠르게 숙성시키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과일과 채소를 따로 비닐봉지에 밀봉해 보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덜 익은 감이나 귤을 빨리 익히고 싶다면 잘 익은 키위와 함께 밀봉해 두면 숙성이 빨라진다.
조리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고온 조리가 건강에 가장 해롭다고 지적한다. 특히 직화구이나 튀김 요리는 발암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기를 토치로 굽거나 기름에 여러 번 튀기면 트랜스 지방과 산패된 기름이 생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기름은 산소와 만나 산패되기 쉬우니 짜낸 뒤 오래 보관하지 않고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명절에 자주 먹는 전도 마찬가지다. 전은 기름과 단백질, 습기가 많아 세균이 증식하기 쉽다.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세균 증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전을 다시 가열할 때는 신선한 기름을 사용하고, 여러 번 재가열하지 말아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조심해야 한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용기는 환경호르몬에서 비교적 안전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PC)로 만든 용기는 BPA 같은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거나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음식에 섞일 가능성이 크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장에서 흡수돼 혈액을 타고 뇌까지 갈 수 있으며, 뇌세포 손상과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배달 음식은 사기나 유리 그릇에 옮겨 담고, 재가열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 음식은 위험할 수 있다. 냉장고 온도(약 5도)에서는 세균 증식이 느려질 뿐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특히 갈아놓은 생고기는 냉장고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생고기는 빨리 조리해 먹거나 냉동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