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9%가 이름 헷갈려하는 '나무' 정체…드디어 '구분법' 개발됐다

2025-07-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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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혀낸 두 나무의 숨겨진 비밀
DNA로 풀어낸 생태학 새로운 지평

대다수 사람들이 겉모습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워 그동안 혼동이 많았던 나무가 있다.

구상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구상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구상나무와 분비나무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이제 이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두 나무 DNA 염기서열을 비교해 구별하는 기술이 개발돼 특허까지 출원됐다.

🌳한국 고유종 vs 동북아 분포종…서식지부터 차이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 남부의 아고산대에 자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로 그동안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자생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반면 분비나무는 강원도와 경기도, 충청 이북 지역은 물론,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도 분포하는 넓은 생태권을 가진 침엽수다.

🌳 잎과 솔방울 외형 유사…전문가도 혼동

구상나무 잎과 솔방울. / 국립생물자원관
구상나무 잎과 솔방울. / 국립생물자원관
분비나무 잎과 솔방울. / 국립생물자원관
분비나무 잎과 솔방울. / 국립생물자원관

두 나무는 모두 소나무과 전나무속에 속하는 상록 침엽수로, 생김새가 매우 유사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육안으로 정확히 구별하기 어렵다. 잎 길이나 두께, 솔방울 형태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별은 쉽지 않아 과거부터 꾸준히 식생 혼란이 이어져 왔다.

🌳 'NADH 탈수소효소 5' 유전자 염기서열로 판별

이번에 생태원이 개발한 구별법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중 'NADH 탈수소효소 5' 염기서열 차이를 활용한 것이다. 두 나무 유전자 염기서열이 확연히 달라 이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를 분명히 판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기술은 향후 국내 산림 생태계 조사, 보존 전략 수립, 희귀 식물 관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구상나무-분비나무 미세한 차이들

실제 두 나무는 형태상 몇 가지 미세한 차이가 있다. 구상나무는 잎이 짧고 통통하며 끝이 둥글거나 오목하게 들어가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솔방울의 포편이 아래로 젖혀져 있다. 분비나무는 잎이 길고 폭이 좁으며 끝이 갈라진 듯하고, 솔방울의 포편은 젖혀지지 않고 수평을 이룬다. 줄기 수피에서도 차이가 있어, 구상나무는 회백색에 나이가 들수록 거칠어지지만, 분비나무는 황갈색으로 표면이 갈라지지 않는다.

분비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분비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 서식지와 쓰임새도 달라…보존 가치 주목

서식지도 이들 구분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구상나무는 한반도 남부 고산지대에만 자생하며, 분비나무는 더 북쪽 지역과 러시아, 만주 등에서도 자란다. 관상 가치가 높은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요가 높아 조경용으로도 많이 심어진다. 분비나무는 목재와 펄프용, 조경수로 널리 활용된다.

🌳 생물학적 구별로 보존과 관리의 실마리 열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두 나무를 이제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고유종 보존과 생태계 관리에 있어 이번 기술 개발은 의미 있는 진전이자, 과학이 자연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DNA 기반 구별법 개발은 단순히 두 나무의 혼동 해소를 넘어, 기후 위기로 위협받는 구상나무의 정확한 분포 파악과 개체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원은 현재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투고 중이며, 향후 현장 적용을 위한 추가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유튜브, 녹색연합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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