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기숙사에서 대학원생 숨진 채 발견... 심각한 내용의 유서 나와
2025-07-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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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갑질 의혹... 유족 “노트북에 이상한 내용”
전남대학교에서 한 대학원생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대학원생은 교수들로부터 과도한 업무량과 갑질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과 전남대학교가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KBS 16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전남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한 대학원생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전남대 직원은 “소방관이 학생이 떨어졌다고 물었을 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숨진 대학원생의 유족이 공개한 유서 형식의 메모에는 교수들의 갑질과 과도한 업무 부담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메모에는 “서로의 이권과 업무를 위해 중간에서 나를 계속 잡아당긴다”, “모든 일을 떠넘기는 상황에 희생당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가스라이팅과 희생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KBS는 전했다.
숨진 학생은 공과대학 소속 연구실에서 산학 연구과제 4개를 담당하며 행정 처리를 도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학과는 연구실에 대학원생이 한 명뿐이어서 업무량이 과도하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성과와 취업을 위한 업무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말은 다르다. 유족은 학생의 노트북에서 골프 대회와 칠순 잔치 준비 등 부당한 업무 지시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숨진 대학원생 아버지는 “아들이 ‘회사를 입사하더라도 ○○○교수가 했던 일들을 계속 네가 봐줘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의 진정서를 바탕으로 학교 관계자와 주변인을 조사하고, 숨진 학생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석해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전남대학교는 유서에서 언급된 두 교수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학원장과 인권센터장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학원생에 대한 교수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 74%가 연구생활 중 교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갑질 유형은 ‘열정페이 강요’(19.6%), ‘인격 무시 및 강압’(17.3%), ‘일과 삶의 조화 무시’(17.1%) 등이었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특히 교수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피해를 많이 호소했다. 심지어 개밥 주기, 통장 압수, 성폭력, 논문 강탈 같은 극단적인 사례도 보고됐다.
이런 갑질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학 내 교수와 대학원생 간 권력 불균형 때문이다. 지도교수가 학위 취득 여부와 연구비를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어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교수가 연구비와 졸업 심사 권한을 독점하며 학생을 통제하고, 대학은 이를 방관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2019년 서울의 한 유명 사립 대학교에선 교수가 자녀의 입시 비리를 위해 대학원생을 동원한 사례가 적발돼 논란이 됐다. 2023년 다른 대학교에서도 교수가 대학원생을 ‘공노비’라 부르며 24시간 호출 대기 상태로 부당한 잡무를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려면 교수의 권한을 분산하고, 대학이 직접 학생과 고용 관계를 맺어 연구비를 관리하며, 인권센터의 독립성과 조사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