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이 잡초... 알고 보면 귀하디 귀한 천연 약재

2025-07-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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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망치는 성가신 잡초지만... 혈당 내리는 '신비한 풀'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콩밭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작은 풀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깻잎을 닮은 듯 닮지 않은 독특한 잎사귀를 가진 이 식물은 바로 깨풀이다. 어떤 이에게는 성가신 잡초로, 또 어떤 이에게는 귀한 약재이자 나물로 여겨지는 깨풀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은 대극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밭이나 길가,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봄부터 발아해 30~50cm 높이로 자라며, 전체에 짧은 털이 나고 줄기는 곧게 서서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난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길이는 3~8cm, 폭은 1.5~3.5cm이다. 잎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어 깻잎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깨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깨풀은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한다. 제주도에서는 '복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꽃은 7, 8월부터 시작해 8~10월까지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자루가 있는 꽃차례가 나와 위쪽에는 수꽃이, 아래쪽에는 암꽃이 달린다. 수꽃은 붉은 이삭 모양으로 달리고, 암꽃은 달걀 모양의 포엽에 둘러싸여 핀다.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열매는 삭과로 둥글고 지름 3mm 정도다. 9, 10월에 익으면 3조각으로 벌어진다. 각 조각에는 1개의 씨앗이 들어있는데, 씨앗은 길이 1.52mm의 달걀 모양이며 흑갈색으로 익는다. 특히 씨앗 한쪽에는 엘라이오솜이 붙어있어 개미 등에 의해 씨앗이 퍼지기도 한다.

깨풀은 오래전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돼 왔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데, 데쳐서 쓴맛을 우려낸 다음 무침을 하면 먹을 만하다. 된장국으로도 좋다.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철현채(鐵莧菜)' 또는 '함주초(咸酒草)'라고 부르며 그늘이나 햇볕에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독성이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말린 것을 하루에 10~15g을 달여 복용하고, 당뇨병에는 50~60g을 달여서 차 대신 복용한다.

깨풀의 주요 효능은 다양하다. 우선 혈당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에 도움이 된다. 몸이 붓고 소변량이 적거나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에 좋아서 차로 마시면 소변을 잘 나오게 해준다. 또한 열을 내리는 청열 작용이 있어 코피, 토혈 등 몸속 출혈 증상을 멎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각종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부질환에도 좋다. 민간에서는 생것을 짓찧어 상처나 아픈 부위에 붙이기도 한다.

깨풀은 농업 현장에서는 골치 아픈 잡초로 여겨진다. 특히 콩밭에서 큰 문제가 된다. 2020~2023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실시한 농경지 발생 잡초 조사에 따르면 깨풀이 농경지 대표 잡초로 알려진 바랭이를 제치고 콩밭 발생 잡초 1위를 차지했다.

깨풀이 콩밭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깨풀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콩의 경직경과 분지수가 유의적으로 감소하며, 협수의 감소와 함께 콩 수량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완전방제구 대비 11~51%의 수량 감소를 보이며, 깨풀 밀도에 따라 콩 수확량이 최대 51%까지 줄어들 수 있다.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 / 국립생물자원관

깨풀의 방제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종자 발아가 일 년 내내 불규칙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양처리 제초제의 약효가 지속하는 기간보다 깨풀 발생 기간이 더 길어 작물 생육 중기에 발생하는 깨풀을 방제하기 어렵다. 또한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벤타존 성분의 제초제는 깨풀 방제에 효과가 크지 않다. 표준량의 벤타존을 처리했을 때 53.3%, 표준량의 2배를 처리해도 73.3%만 방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효과적인 깨풀 방제를 위해서는 글루포시네이트 등 비선택성 제초제를 깨풀 발생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깨풀이 15cm 이상 자라면 환경 조건에 따라 제초제를 뿌린 이후에도 살아날 수 있어 발생 초기에 방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깨풀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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