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떨어졌다…예상보다 빨리 한국에 유입돼 난리 난 '생명체' 정체

2025-07-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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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번식력 폭발, 전북 등 전국 벼농가 긴장감 고조

벼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 속에 번식력을 키운 '벼멸구'가 예년보다 빠르게 국내로 날아들며, 특히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벼 작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벼멸구는 매년 여름 중국 남부에서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대표적인 이동성 해충이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최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6월 중순 중국 강소성 예찰포에서 관측된 벼멸구 개체 수는 지난해보다 약 2~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중국 내 발생 밀도 역시 지난해 대비 두 배에 달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4일 사이, 이들 해충이 국내로 날아든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국내에 유입된 후 27~30일가량 지나면 성충으로 자라기 때문에, 올해는 7월 13~15일 사이가 성충 집중 발생 시점으로 예측된다.

벼멸구란 무엇인가…보이지 않는 '논밭의 암살자'

벼멸구는 벼 줄기에 붙어 즙을 빨아 먹는 흡즙성 해충이다. 눈에 잘 띄지 않게 볏대 하부에 숨어 서식하며, 성충과 약충 모두 벼의 양분을 흡수한다. 피해는 겉으로 즉각 드러나지 않지만, 생육이 지연되고 결국엔 벼가 말라죽는 집단 고사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하퍼번(Hopperburn)'이라고 부르며, 피해가 누적되면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벼멸구의 가장 큰 특징은 번식력이다. 한 세대가 8배로 증가하고, 2세대에서 64배, 3세대에 이르면 무려 512배로 불어난다. 짧은 시간 안에 논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벼멸구는 단순한 농작물 병해충을 넘어 식량 안보와 농업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벼멸구. / 국립생물자원관
벼멸구. / 국립생물자원관

올해는 '예년보다 빠르고 많다'…전국 확산 경보

특히 올해는 낮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벼멸구의 세대 전환과 증식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서해안과 전남 일부 지역에서 벼멸구가 확인됨에 따라 전국 벼 재배 농가에 사전 예찰과 방제 강화를 당부했다.

중국 강소성과 가까운 우리나라 서해안 지역은 벼멸구 유입의 최전선이다. 벼멸구는 바람을 타고 집단적으로 이동해 국지적인 집중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북을 포함한 서남부 해안 지역은 올해도 피해의 직격타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7월 중순은 방제 시점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벼멸구의 피해는 초기에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포기당 약충 또는 성충이 2마리 이상 보일 경우 방제 기준 밀도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즉각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예찰과 적기 방제만이 해답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농촌진흥청은 벼멸구 대응을 위해 전국 20개 시군에서 '중앙예찰단'과 도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합동 예찰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전북 지역은 집중 예찰 구역으로 지정돼 방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

방제 시에는 반드시 등록된 약제를 사용하고, 해충 내성 예방을 위해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살포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약한 이른 아침에 실시해야 효과가 높다.

벼멸구 피해, 작물 손실을 넘어 생태계 위협까지

벼멸구의 위협은 수확량 감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확기에 피해가 표면화되면 품질이 떨어지고, 농가의 소득 불안정과 식량 공급망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해충의 밀도와 확산 속도는 예측을 초월할 수 있다.

벼멸구 피해 현장. 자료사진. / 뉴스1
벼멸구 피해 현장. 자료사진. / 뉴스1

전문가들은 "벼멸구는 단기간에 급증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초동 대응이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방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사전에 개체 수를 꾸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눈앞까지 다가온 해충, 방심은 금물

벼멸구는 단순히 작은 곤충이 아니다. 기온 상승, 기후 변화, 편서풍 등의 조건이 맞물리면 언제든 대규모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에서의 발생 밀도도 높고, 국내 유입도 작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전국 벼 재배 농가의 철저한 관찰과 신속한 대응이 없으면, 그 피해는 수확기에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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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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