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수십 마리가 득실득실…물에 잠겨있던 '폐가'서 발견된 뜻밖의 '동물'
2025-07-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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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물에 잠긴 폐온천…버려진 공간에 되살아난 작은 생태계
경기도 연천의 한 폐온천이 뜻밖의 자연 서식지로 변모했다?!
유명 생물 유튜버 정브르는 지난 16일 '폐가(폐온천) 방문 후기 영상'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영상에 따르면 건물 내부는 마치 자연 동굴처럼 변해 있었다. 수년간 방치되며 내부에 물이 고인 이곳에는 인간의 흔적 대신 생명체들이 자리를 잡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현장을 찾은 정브르는 건물 안 천장과 바닥 곳곳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버려진 공간이 얼마나 풍부한 생태계를 품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됐다. 특히 천장에는 수십 마리의 박쥐가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배설물인 구아노가 소복이 쌓여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쥐들은 밤이면 먹이활동을 위해 밖으로 날아가고, 낮에는 이 폐건물 속에 은신처를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박쥐 외에도 물속에서 자라는 도롱뇽 유생과 올챙이까지 발견돼, 하나의 작은 생태계가 형성돼 있음이 확인됐다. 아무도 찾지 않던 폐온천이 생물들의 안식처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박쥐류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붉은박쥐' '작은관코박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이며, '멧박쥐' '관코박쥐' 등도 보호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 박쥐는 야간 해충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관박쥐는 동굴이나 폐건물 등에 서식하며, 개체 수가 많은 편이다. 털은 회갈색 계열로 부드럽고 광택이 없으며, 겨울엔 암수 따로 동면에 들어간다. 봄철 각성 후 번식을 거쳐 여름에 1~2마리 새끼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폐온천과 같은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은 박쥐에게 이상적인 번식처가 된다.


탐방을 마친 유튜버는 인근 야외 수초 지역으로 이동해 족대질을 시도했다. 그 결과 토종 피라미 수컷, 줄새우, 메기, 심지어 장어와 대형 가물치까지 다양한 민물 어종이 포착됐다. 특히 70cm급 가물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자라 한 마리도 발견됐다. 자라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종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다. 유튜버는 이를 강조하며 반드시 방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은 단순한 탐험 콘텐츠를 넘어, 인간이 버리고 떠난 장소에 자연이 되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체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공간은 다시 생명에게 열렸고, 이는 생태계의 회복력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읽힌다.
생물다양성 보존 관점에서도 이러한 폐공간은 보호받아야 할 자연자산이 될 수 있다. 박쥐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호, 천연기념물의 포획 금지, 수생 생물의 관리 등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낡고 버려진 건물이지만, 그 안에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쥐가 매달린 천장, 도롱뇽이 헤엄치는 물 웅덩이, 족대에 잡힌 토종 민물고기들, 이 모두는 폐허가 된 공간이 자연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땅일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