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마리 우글우글…부산서 중국인들이 먹으려고 마구 쓸어 담고 있는 '곤충'
2025-07-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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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무단 곤충 채집에 생태계 훼손 주장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 아니라 법적 문제 없어
중국인들이 부산의 한 생태공원에서 무단으로 곤충을 채집하다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이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 나타나 매미 유충을 채집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 나올 때마다 한 명당 수십 마리를 공원 측의 허락 없이 채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은 지난 15일 부산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공원 내 인도 옆 풀숲과 나무에서 손으로 매미 유충을 잡는 일을 해 왔다. 취재진이 "매미 유충을 왜 잡느냐"라고 묻자 매미 유충을 잡던 남성은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못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해당 남성은 중국인이었다. 그는 매미 유충을 먹기 위해 잡는다고 밝혔다.
해당 남성은 혼자서만 매미 유충을 잡는 게 아니라 여러 명과 함께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오후 7시 이후 5~6명씩 공원에 나타나 매미 유충을 잡고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아간다고 매체는 전했다. 환경단체는 한 명당 최소 수십 마리는 잡는다고 주장했다.
매미 유충은 움직임이 느리고 날개도 없어 맨손으로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잡을 수 있다. 이들은 땅속에 있던 매미 유충이 천적을 피하고자 저녁 시간대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시간대 집중적으로 채집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는 이들의 행동을 생태계 훼손이라 지적하고 있다. 생태계 속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는 매미를 멋대로 채집하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관리 기관도 민원을 접수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등 보호종이 아닌 까닭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생태계 훼손이라고까지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야생에 사는 곤충들은 식용으로 키우는 곤충들과 달리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어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김현우 박사는 "단순히 사람 몇 명이 곤충을 잡는다고 생태계에 영향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깨끗한 사육 환경에서 자란 식용 곤충이 아닌 (야생에서 자란) 곤충을 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미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이 아니라 법적 문제는 없다"라며 "다만 생태 환경이 자연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생태공원 조성·관리의 취지상 문제가 있다면 현수막을 걸어서 제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곤충을 먹는 문화는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매미는 그중에서도 식재료로 자주 활용되는 곤충이다. 실제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매미 유충을 기름에 튀겨서 술안주 등으로 먹는다. 중국 산둥 지역에서는 여름철 별미로 매미 유충을 즐겨 먹는 전통이 있다. 지난 4일 산둥성 지난시 인근 한 빵집에서는 매미 유충 튀김을 넣은 ‘매미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매미 요리는 대부분 성충보다 유충을 재료로 쓴다. 성충이 되기 직전 땅에서 나와 허물을 벗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시점의 매미는 껍질이 아직 단단하게 굳기 전이기 때문에 조리했을 때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을 준다. 매미를 요리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물에 담가 흙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날개와 다리를 떼어낸 후 튀기거나 볶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고온의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이때 소금, 후추, 고추기름 등으로 간을 더해 중국식 향신료와 어우러진 바삭한 매미 튀김이 완성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을 극대화하며 거리 음식으로도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매미 튀김과 구이 외에도 소금에 절여 말린 후 장기 보관하며 다시 볶아먹는 방식도 있다. 이는 저장성과 간편함을 살린 전통 보존 방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 매미의 영양적 가치는 현지인 사이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매미가 열을 내려주고 해열 작용이 있으며 일부는 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단순한 간식이나 별미가 아닌 건강식인 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곤충 식문화가 단순한 민간 전통을 넘어 현대 식품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조명받고 있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매미를 포함한 식용 곤충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곤충 요리는 단순한 기이함을 넘어서 지역의 풍토, 계절성, 전통 요리법, 영양학적 가치가 결합한 독특한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매미를 비롯한 곤충 요리는 그 지역민들의 오랜 생활 지혜와 환경 적응 방식이 이뤄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