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문다…외계인 비주얼에 쇳내까지 심한데 먼 옛날엔 귀족만 먹었다는 '괴어'

2025-07-18 11:50

add remove print link

중국선 아예 잡자마자 사료 만들거나 땅에 묻는 물고기
먼 옛날엔 잡히는 족족 수출될 정도로 고급 식재료 취급

외계 생물처럼 기괴한 생김새에 포악한 성격까지 갖춰 식용 물고기로 안 보이지만 먼 옛날엔 고급 식재료였던 생선이 있다. 바로 개소겡이다.

개소겡의 얼굴 / 유튜브 '헌터퐝'
개소겡의 얼굴 / 유튜브 '헌터퐝'

개소겡은 주로 작은 어류와 갑각류를 먹고 사는 육식성 어류다. 주로 인도나 인도차이나, 필리핀 등의 아열대 지방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 전체가 길쭉하고 날렵해 뱀장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빨은 앞으로 돌출돼 있고 눈도 피하에 숨겨져 있어 거의 보이지 않는 탓에 '괴어'로 불린다. 개소겡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 중 하나는 날카로운 이빨이다. 이 이빨은 사냥할 때 큰 도움이 되지만 사람을 물기도 한다. 그러나 네티즌 사이에선 이빨 때문에 에이리언 유충인 체스트버스터로 통한다.

개소겡은 국내에서는 전남 순천시 앞바다에서 자주 잡힌다. 깊은 바다보다는 해안 가까운 곳에 서식해 지금보다 더 오래전에는 어민들이 그물로 쉽게 잡아 올렸다고 한다. 순천에서는 건강망(서해안 지역에서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어군의 퇴로를 막아 물고기를 잡는 조업 방식)으로 개소겡을 잡는다. 갯벌에 기둥을 세우고 그물을 연결해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개소겡은 생으로 먹기보다 주로 바짝 말려 먹는다. 우선 갓 잡은 개소겡은 깨끗한 물에 소금으로 씻은 다음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이때 개소겡은 개불처럼 붉은 피를 흘린다. 손질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이다. 배를 가르면 간혹 새우가 통으로 들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워낙 새우를 좋아해 중국에는 '흉측한 물고기가 양쯔강의 새우를 다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손질이 끝나면 꼬챙이에 끼워 나흘 정도 말린다. 순천 사람들은 술안주나 반찬, 튀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 먹는다.

유튜브 '헌터퐝'
유튜브 '헌터퐝'

사실 개소겡의 맛과 영양은 일본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개소겡은 한때 일본으로 수출되던 원조 한류 생선이었다. 그중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잡힐 때마다 수출돼 지역 사람들도 못 먹을 정도로 고급 생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시장에만 나가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순천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순천 사람들이 말린 개소겡을 구워 먹는 방식도 특이하다. 먼저 방망이 같은 것으로 개소겡을 두드려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불에 살짝 구워 쭉쭉 찢어 먹으면 밥반찬, 술안주로도 완벽한 음식이 된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살아나 남도에만 사는 게 얄밉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순천 사람들은 구워 먹을 뿐만 아니라 양념장에 비벼 개소겡 무침으로도 자주 먹는다.

유튜브 '헌터퐝'
유튜브 '헌터퐝'

그런데 개소겡은 곤충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 먹을 정도로 먹성 좋은 중국인들도 괴상한 외모가 주는 거부감 때문에 외면하는 생선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인들은 개소겡을 식용으로 쓰지 않고 사료로 만든다. 일부 중국인 어민들은 식용으로 사 가는 사람이 없어 아예 땅에 묻기도 한다.

그만큼 개소겡은 중국에서 천대받는 식재료다. 위협적인 생김새 탓에 개소겡에 독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제기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주궈장 동물 과학연구소 교수는 독소는 없고 육식성이어서 식용으로 먹더라도 위해성이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10년 전에는 중국 안후이성의 허페이 시 부근에 있는 챠오후 호수에 이 괴어가 대량으로 잡혀 올라와 어민들이 곤욕을 겪기도 했다. 챠오후는 서울시 면적의 1.3배나 되는 중국의 5대 담수호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은어와 흰 새우, 민물 게가 많이 잡혀 챠오후를 대표하는 3대 진미로 불린다.

유튜브 '헌터퐝'
유튜브 '헌터퐝'

개소겡이 챠오후에서 처음 발견된 건 2009년이다. 당시 한 어민은 이에 대해 당국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치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0년 또 새우잡이 도구에서 적은 양의 개소겡이 발견됐지만 당시 어업 행정 요원이나 어민들 모두 정체를 몰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개소겡이 같은 해 갑자기 대거 출몰하면서 이곳의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은어와 흰 새우 어획량이 줄어든 대신 개소겡이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어민들은 당시 개소겡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사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개소겡은 은어와 사는 수층이 달라 포식 관계가 형성될 수 없어 어민들의 어획량이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챠오후 수산처에 따르면 개소겡은 조류 발생을 막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양쯔강 물을 끌어오면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튜브, 목포MBC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