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씹어먹더니 중국도 평정... 리그 최고 연봉 받고 다시 한국행
2025-07-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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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뒤흔들었던 그 남자 ‘말컹’ K리그 복귀

K리그를 뒤흔들었던 그 남자가 다시 한국 축구장에 선다.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말컹(31)이 울산 HD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복귀했다.
울산 구단은 18일 말컹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6cm 장신 스트라이커인 말컹에 대한 수식어는 많다. 한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3개국에서 모두 승격을 경험한 선수. K리그2 20골-K리그1 20골 연속 기록의 주인공. K리그 1, 2부 리그에서 모두 득점왕과 MVP를 받은 유일한 선수.
하지만 말컹의 축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12살에 상파울루 유소년팀에 입단했지만 6개월 만에 나와 농구 선수로 전향했다. 17살 때 '동네 축구하려는데 사람이 모자라다'는 친구 말에 따라간 곳이 브라질 4부 리그 이투아누 FC U-17팀 공개 테스트였다. 여기에서 합격하며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월급 약 1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경남 FC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말컹은 "나의 성공보다는 팀의 성공을 위해 한국에 왔으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7시즌 말컹은 K리그 챌린지를 완전히 장악했다. 32경기에서 22골 3도움을 기록하며 경남에 2년 만의 1위와 승격 티켓을 안겨줬다.
개막전 아산전에서 완벽한 헤더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4라운드 대전전에서는 2-1 역전승에 기여했고, 5라운드 안양전에서도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시즌 초부터 맹활약하자 여러 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말컹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을 때 손을 내밀어줬던 경남에서 마저 스토리를 써나가겠다"며 모든 이적 제의를 거절했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3경기를 못 뛰었지만 32경기 22골 3도움으로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했다. 2위와 8골 차이로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2018시즌 K리그1 개막전에서 말컹은 상주 상무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개막전 해트트릭은 13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단일 리그 승강제로 한정하면 사상 최초 기록이다.
전북전을 앞두고 구단 프런트와 농구화 내기를 했다. 해트트릭을 하면 구단에서 농구화를 사주고 실패하면 반대로 하는 조건이었다. 결과는 4-0 참패였지만 이후 대구전에서 멀티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1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7월 16일까지 리그 15경기 12골 3어시스트로 경기당 1골에 가까운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8월 15일 울산과 홈경기에서는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넣으며 극적인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8월 18일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해 시즌 21골을 기록했다. K리그2 20골-K리그1 20골 연속 기록은 승강제 실시 이후 사상 처음이었다.
최종적으로 31경기 26골 5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과 MVP, 베스트11을 모두 석권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데얀 이후 6년 만이었고, 1, 2부제 이후 외국인 선수 첫 MVP였다.
말컹은 2019년 2월 경남에서 이적료 50억원에 중국 슈퍼리그 허베이 화샤 싱푸로 떠났다.
처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 6경기 동안 무득점을 기록했지만 5월 11일 허난 젠예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2019시즌 총 11골로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1골로 세드릭 바캄부와 함께 중국 슈퍼리그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 팀도 B조 4위에 올라 챔피언십 단계에 진출했다.
2021년 은사 김종부 감독이 허베이 FC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3년 만에 사제지간으로 재회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구단 재정이 악화하면서 임금 체불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중국 갑급 리그 우한 싼전으로 이적했다. 2021시즌 후반기만 뛰고 리그 11골을 기록하며 팀의 1부 승격에 기여했다.
2022시즌에는 26경기 27골로 중국 슈퍼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팀도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과 중국의 1, 2부 리그를 모두 제패한 독특한 커리어를 쌓았다.
202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2부 리그 알 아흘리 SFC로 이적했다. 충격의 강등을 당한 알 아흘리가 승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존 연봉의 3배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과 생소한 축구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1년간 선발 출장 1회, 교체 출장 10회로 단 1골만 넣었다. 그래도 팀의 리그 우승과 1부 승격을 함께 경험했다.
지난해 2월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파티흐 카라귐뤼크 SK로 임대됐다. 커리어 첫 유럽 무대였다. 팀은 강등당했지만 시즌 막판 5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11경기 6골 1도움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7월에는 튀르키예 2부 TFF 1. 리그 코자엘리스포르로 임대됐다. 데뷔전부터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알렸고, 시즌 9골 8도움으로 코자엘리의 16년 만의 쉬페르리그 복귀에 공을 세웠다.
지난 7일 울산 HD 영입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야고가 임대로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선수 쿼터에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광국 단장은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말컹이 세징야, 린가드 수준의 최고 대우급 연봉을 받는다고 밝혔다. 최소 15억~2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울산은 모기업 HD의 1600톤급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배경으로 말컹 영입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마틴 아담처럼 현대중공업 해양 야드에서 작업 유니폼을 입고 촬영했다.
말컹은 스트라이커의 상징인 9번을 받았다. 그는 "축구선수는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대한민국은 나에게 그런 곳이고, 울산은 내가 편안하게 축구할 여건을 보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말컹의 가장 큰 무기는 196cm 압도적인 피지컬이다.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며 헤더 득점은 물론 동료에게 떨어뜨려주는 연계 플레이에도 능하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상당한 유연성을 겸비했다. 어린 시절 농구 선수 경험이 축구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된다. 타점 높은 점프력과 상대 수비수를 스크린하거나 피벗 동작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즐겨한다.
득점력 외에도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나다. 전방에서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며 적절한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좋다.
말컹은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이 깊다. 트와이스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2018 득점왕이 돼서 시상식에 참석하면 연맹 직원이 트와이스를 불러준다고 했다. 일정상 그러지 못했지만 MVP를 받은 후 TWICE가 진짜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 음식도 굉장히 좋아했다. 중국 입국을 앞두고 간 홍콩에서 현지 음식 대신 굳이 한식당을 찾아 김치찌개, 부대찌개, 갈비찜, 김치를 먹을 정도였다.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커리 방한 때 언더 아머 제품을 대량 구매해 팬미팅 행사에 응모했지만 실패했다. 선수 생활 목표 중 하나가 커리와 인스타그램 맞팔일 정도다.
현재 울산은 K리그1에서 6위에 머물고 있다. 말컹의 합류로 에릭에게 쏠려 있던 득점 루트가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릭도 본 포지션인 윙어나 투톱의 공격수로 뛸 수 있게 된다.